[30개 단지 모델하우스 오픈] 분양시장 서울 차분 - 수도권·지방 북적

11·3 대책 이후 풍선효과 … 규제 피한 지방 인파 몰려



‘11·3부동산대책’ 이후 주춤했던 분양시장이 기지개를 켜면서 25일 서울 7개 단지를 비롯해 전국에서 30여개 단지가 동시에 모델하우스를 연 가운데 서울의 새 아파트 분양시장은 차분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11·3대책 이전보다 방문객 수가 감소한 것은 물론 떴다방도 크게 줄어드는 등 예전에 나타났던 ‘과열’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서울경제신문이 이날 오픈한 주요 단지 모델하우스를 둘러본 결과 서울 지역은 대책 이전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주로 실수요자들이 모델하우스을 찾으면서 과거처럼 모델하우스 입장을 위해 줄을 서는 풍경은 나타나지 않았다. 모델하우스 근처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떴다방(이동식 공인중개사)’ 업자들도 예전보다 크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서 이날 문을 연 GS건설의 ‘신촌그랑자이’ 모델하우스는 사람들로 북적거리지 않았다. 대부분 입주를 원하는 실수요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신병철 신촌그랑자이 분양소장은 “11·3대책으로 투자 수요가 줄어든 게 느껴진다”며 “예전과 같은 ‘묻지마 청약’ 수요가 줄어들면서 청약경쟁률이 정부 규제 이전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지역 ‘조정 대상지역’으로 묶인 서울 분양시장 실수요 위주로 재편 … 떴다방도 줄어>



‘신촌그랑자이’ 모델하우스를 가족과 함께 방문한 한 30대 여성은 “전국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너무 높아졌고 여기도 분양가는 높은 편이지만 역세권이라 시세가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실거주용으로 청약하려고 방문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모델하우스을 연 다른 단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방문객 수가 확연히 감소한 것은 물론이고 떴다방의 호객행위 등 종전과 같은 과열 분위기는 없었다.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오픈한 대우건설의 ‘연희 푸르지오 파크’ 모델하우스에는 20~30대 부부, 60대 이상이 주로 눈에 띄었다. 분양 관계자는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전반적으로 투자수요가 사라지고 실수요로 재편되면서 내방객 수도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다.

25일 문을 연 서울 마포구 대흥동 ‘신촌 그랑자이’ 견본주택에서 예비 청약자들이 단지 조형물을 둘러보고 있다. 전국에서 30여곳의 새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동시에 오픈한 이날 서울은 차분한 반면 수도권과 지방은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렸다./이호재기자.


이곳을 찾은 한 30대 남성은 “실거주 목적으로 분양을 받으려고 하는데 주택시장이 얼어붙고 있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지금이 더 청약하기는 쉬울 것 같다”며 “시간이 더 지나면 금리가 오르고 대출도 어려워질 것 같아 가능하면 올해 안에 분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남권에 포함되는 송파구 풍납동의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 모델하우스는 이날 하루 약 3,000여 명이 방문했다. 일반분양 물량이 90여 가구에 불과하고 11·3대책으로 강남권은 분양권 전매가 전면 금지되면서 투자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해석된다. 한 상담사는 “방문자들이 대체로 정부 대책을 계기로 바뀐 청약방법 및 전략에 대해 가장 많이 문의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대책 발표 이전에는 문의전화가 많았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방문객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매제한이 전면 금지되고 강남권 주택시장이 위축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분양시장 분위기가 바뀐 것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잔금대출에 대한 분할상환 등 여신관리 방안이 적용되지는 않지만 11·3대책으로 강화된 청약규제가 전 지역에서 적용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4구는 분양권 전매가 사실상 금지됐고 다른 지역도 전매제한 기간이 연장됐다. 서울 전 지역이 11·3대책의 영향권에 들면서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11·3대책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수도권과 지방의 모델하우스에는 인파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11·2 4가계부채관리방안’에 앞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청약을 서두르는 모습도 보인다. 이날 문을 연 의왕 포일 포일센트럴푸르지오 모델하우스 앞에는 대기자들이 300m 이상 줄을 섰다.

현대산업개발이 분양하는 수원 영통 아이파크 캐슬과 청주 가경 아이파크 모델하우스에도 오전부터 방문객들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서울과 신도시 등을 제외한 아파트는 전매제한도 없고 내년부터 시행되는 잔금대출 분할상환 등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청약자들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성호·박경훈·이완기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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