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로 밝아진 거리…범죄 줄고 상권 살고

서울 마포구 염리동 소금길에
'셉티드' 기법 벽화거리 조성
동네 찾는 관광객들 몰려들어
주민 56% 범죄로부터 안심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이 영일만항 방파제 45m에 트릭아트와 셉테드(CPTED) 기법으로 벽화를 조성해 산뜻하게 꾸몄다. 셉테드는 취약 지역에서 범행 기회를 심리적·물리적으로 차단하고 주민에게 심리적 안전감을 주는 범죄예방 환경 디자인이다. /포항=연합뉴스


지난 2012년 서울시는 범죄예방 사업의 일환으로 마포구 염리동 소금길에 벽화거리를 조성했다. 다양한 벽화가 그려지면서 동네가 밝아지자 범죄율이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벽화를 보기 위해 동네를 찾는 관광객도 몰려 들어 상권이 살아났다. 소금길의 한 주민은 “처음에 벽화로 범죄를 막는다기에 이해가 잘 안 됐고 기대를 안 했지만 거리가 밝아진 덕분인지 과거에 비해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들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밝은 분위기 벽화가 우범지역 범죄율을 낮추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27일 경찰과 지자체에 따르면 폐쇄회로(CC)TV)와 같은 고전적인 범죄예방 기법에서 벗어난 ‘셉테드(CPTE)’가 지자체의 눈길을 끌고 있다. 셉테드는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범죄에 취약한 지역의 환경을 개선해 범죄 발생을 막고 주민들에게는 범죄발생의 두려움을 줄여주는 감소시켜주는 것을 말한다. 골목길 가로등을 밝게 하거나 아파트 단지 내 공원이 한눈에 들어오게 설계하는 게 대표적 셉테드 기법이다. 우범지역 벽화도 셉테드 기법을 활용한 사례다.


벽화를 통한 범죄예방 원리는 간단하다. 오래된 주택가와 골목길 등 범죄발생률이 높은 지역의 지저분한 벽면에 그림을 그려 넣는 방식이다. 깨끗하고 밝은 곳보다 어둡고 지저분한 곳의 범죄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우범지역에 벽화를 그려 놓으면 거리 자체가 밝아져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논리다.

범죄예방을 위해 셉테드 기법으로 꾸며진 서울 마포구 염리동 소금길의 벽화. /김정욱기자


실제로 소금길 벽화 조성 이듬해인 2013년 서울시가 주민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주민 9.1%가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또 주민 56.5%는 범죄로부터 안심감이 생겼다고 대답했고 벽화로 단장된 소금길이 범죄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 주민은 78.6%에 달했다. 벽화의 범죄예방 효과가 알려지면서 염리동 소금길에 다른 지자체 관계자의 발길이 이어졌다. 벽화가 셉테드 기법으로 많이 쓰이는 가장 큰 이유는 적은 예산으로 쉽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강석진 범죄예방디자인 연구정보센터장(경상대 건축학과 교수)는 “셉테드를 통한 범죄예방은 벽화뿐 아니라 건축물이나 공간 등을 개선하는 여러 방법을 병행해야 한다”면서 “셉테드 발전을 위해서는 행정분야에서 이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부서를 만들고 부서 운영을 전담하는 공무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