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명예교사 사업 가보니] 아이·시민들과 특별한 체험...문화예술 관심·참여 높이죠

시장서 자신이 그린 '보물' 찾기 "재밌으면서 의미 있는 시간 돼"
재능 나눔으로 문화예술 활성화...올 200회 진행 매년 사업 확대

26일 ‘문화예술 명예교사 사업-특별한 하루’ 프로그램에 참가한 서울 수유동 아이들이 명예교사 나난(왼쪽 두번째)과 함께 인근 장미원시장에서 자신들이 그린 ‘보물’들을 찾고 있다. 과일·채소가게에 걸려있는 ‘사과’ 그림이 뒤쪽에 보인다.
◇‘우리동네 판타지’를 찾아서=지난 12일 토요일 오전 10시 서울 강북구 수유6동 인근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1~3년 아이들이 ‘문화파출소’로 모였다. 문화파출소에 와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한 아이가 손을 들었다. “피아노 치러 온 적이 있어요.” 다른 아이가 받았다. “엄마랑 같이 수업 들었어요.”

문화파출소는 이 동네의 수유6치안센터를 재단장해 주민들이 음악·영화 등 문화예술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한 지역 문화공간이다. 이날은 ‘문화예술 명예교사’인 나난(38)이 지역 초등학생들과 ‘우리동네 판타지’를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우리동네 판타지’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이들 15명은 인근 장미원골목 전통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익숙했던 시장의 풍경에서 자신만의 ‘보물’을 찾기 시작했다. 과일가게의 사과나 배, 꽃집의 선인장 화분, 생선가게의 고등어, 금은방의 괘종시계도 주목받은 대상이다.

문화파출소로 돌아온 아이들은 물감을 사용해 자신이 찾았던 보물들을 도화지에 옮겨 담았다. 로즈마리를 보물로 골랐다는 이소현 어린이(우이초 3학년)는 “좋은 향기가 나서 기분이 좋아요”라며 그림을 들어 보였다.

2주일 후인 26일 토요일 아이들이 다시 문화파출소에 모였다. 앞서 명예교사는 아이들이 그렸던 그림들을 시장 곳곳에 전시해뒀다. 아이들은 장미원시장을 방문해 보물찾기 하듯 자신들의 작품을 찾아냈다. 이날은 아이들의 부모도 함께 작품을 둘러봤다. 홍지율 어린이(우이초 1학년)의 어머니는 “평소 다니던 동네 시장이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에 명예교사로 참여한 나난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예술가인 저에게 더 큰 의미가 있었던 시간이었다”며 “아이들의 생활권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돼 더욱 아이들이 친근하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6일 ‘문화예술 명예교사 사업-특별한 하루’ 프로그램에 참가한 서울 수유동 아이들이 명예교사 나난(왼쪽 두번째)과 함께 인근 장미원시장에서 자신들이 그린 ‘보물’들을 찾고 있다. 과일가게의 ‘감’과 ‘딸기’ 그림이 앞에 있다.
◇확대되는 ‘문화예술 명예교사’=이번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진행하는 ‘문화예술 명예교사 사업-특별한 하루’의 일환이다. 문화예술계 저명인사를 명예교사로 위촉해 일반인들의 문화예술의 관심과 참여를 촉진하는 사업이다. 명예교사로 위촉된 문화예술인은 일반인에게 예술 경험을 나누는 한편으로, 현장에서 영감을 받게 된다.

이번에 수유동을 방문한 명예교사 나난은 일러스트레이터로, 창문·벽·셔터문 등 다양한 바탕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처음으로 창문에 그림을 그린 대표적 ‘윈도 페인터’다.

‘문화예술 명예교사 사업’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9년. 매년 프로그램이 늘어났으며 지난해 100회였던 것이 올해는 200회로 확대 운영될 예정이다. 올해는 특히 사업유형을 △문화거점 프로그램 △대상특화 프로그램 △전통특화 프로그램 △창작공간 프로그램 등 4가지로 분류해 참가자의 선택 폭을 넓혔다.

프로그램에 참가하려면 온오프믹스(www.onoffmix.com)에서 ‘특별한 하루’를 검색하면 된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프로그램별로 선착순 마감한다.

/글·사진=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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