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벤츠와 BMW, 아우디폭스바겐 수입차 빅3에 대한 강도 높은 조치에 나선 이유는 수입차 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 소비자 권익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 수입차 업계는 공정위 조사에 이어 환경부의 인증서류 조작 발표 등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딜러 생사여탈권 쥐고 부당행위 강요했나=국내 수입차 시장은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주요 자동차 선진국들과 좀 다른 구조다. 1개의 딜러사가 보통 1개의 수입차 브랜드만 취급한다. 미국의 펜스케나 오토네이션, 일본 야나세 등 주요국 딜러들은 적게는 8개에서 많게는 20개 이상의 브랜드를 동시에 판매한다. 이로 인해 전국 판매망을 가진 딜러사들의 목소리가 수입차 업체보다 더 센 편이다. 하지만 국내는 여러 브랜드를 동시에 판매하는 딜러사가 효성·코오롱 등 대기업 계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KCC 정도가 비대기업 출신 메가딜러다.
국내 시장은 수입차 국내 법인들이 약관 등 각종 계약 조건을 통해 강력한 권한을 쥐고 있는 것이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딜러사는 전시장이나 서비스센터를 자비로 들여 짓는다. 이후 국내 수입차 법인으로부터 차량을 구매해 고객에게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국내 수입차 법인이 인기 차종을 배정해주지 않으면 영업을 이어가기 힘들다. 중소 규모 딜러사는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시설 투자에 대한 이자를 내기도 벅찬 경우가 많다. 딜러사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수입차 본사의 각종 부당한 행위에 대해 눈을 감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비인기 차종을 몇대 이상 팔라는 판매 물량 할당, 서비스센터 등 추가 비용에 대한 부담 강요 등을 딜러사들이 감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각종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국내 법인의 요구를 잘듣는 딜러사를 밀어주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딜러들은 불공정 행위로 인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수익을 보전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사실상 국내 수입차 법인이 딜러사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딜러사가 지분을 매각하거나 영업을 확장할 경우 로열티 포인트 제도 등으로 1개의 브랜드만 취급하는 딜러를 지원하는 것이 좋은 예”라고 말했다.
◇전속 금융사 이용 강요 여부도 조사=공정위가 집중해서 보는 또 하나의 부분은 수입차 국내 법인이 자사 전속 금융사의 상품을 이용할 것을 딜러사에 강요했는지 여부다. 보통 수입차 딜러들은 고객에게 전속 금융사의 할부 상품을 이용하면 기존 보다 더 많은 현금 할인을 제공한다. 전속 금융사는 보통 2금융권 업체들로 일반 시중은행에서 신차 구입 대출을 받을 때보다 금리가 2%포인트에서 많게는 5%포인트까지도 높다. 딜러들은 “이자가 높아도 현금 할인 금액이 더 많다”며 전속 금융사 이용을 유도한다. 이유는 전속 금융 상품 판매 실적이 인기 차종 물량 배정 등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보통 전속금융사들은 수입차 본사가 지분을 100% 가지고 있거나 대주주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배당으로 받아간다. 이렇다 보니 수입차 국내 법인들은 딜러사에 전속 금융사 사용을 강제하는 경우가 많다. 또 이자 수익이 많이 나는 리스 등을 이용하도록 권유한다. 실제로 독일 3사의 전속 금융사는 영업이익이 많게는 40%씩 증가했다.
◇환경부 인증 서류 조작 발표까지= 수입차 업계는 이번 공정위의 조사까지 진행되면서 수입차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에 어려움이 크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환경부는 29일 인증서류를 조작한 수입차 업체에 대한 추가 발표를 예고했다. 환경부는 폭스바겐 사태 이후 수입차 전 브랜드의 인증 서류 조작에 대한 전수 조사에 돌입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독일 업체 등 3개 브랜드가 적발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수입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5% 가량 줄었고 특정 브랜드는 절반 이상 감소한 것이 얼마나 시장 상황이 어려운지를 잘 모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