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탄핵을 둘러싸고 대립하던 새누리당 주류와 비주류가 새로운 수 싸움에 돌입했다. 친박근혜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서며 박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비주류는 탄핵을 계속 끌고 가야 한다는 입장과 퇴진 시기를 협의해봐야 한다는 입장이 갈리기도 했다.

이정현 대표 등 지도부와 김무성 전 대표 등 비주류 의원들은 각각 여의도 당사와 국회 의원회관에 모여 3차 담화를 지켜본 뒤 의총에 참석했다. 이날 의총에는 80여명의 의원들이 참석해 격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친박근혜계는 당장 탄핵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 의원은 이례적으로 이날 의총에서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서 “(박 대통령은) 사실상 하야를 말했다”며 “야권과 의견을 모아 정권 이양의 ‘질서’를 만드는 것이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예우이며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밝혔다. 특히 기자들과 만나 당내 비주류가 탄핵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도리가 아니라고 본다”고 못 박았다.

반면 비주류인 권성동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개헌이 이뤄지지 않으면 임기를 다 채우겠다는 얘기로 들린다”며 “탄핵은 탄핵대로, 개헌은 개헌대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비주류는 야권과 함께 탄핵을 추진하는 입장이었지만 이번 담화로 인해 퇴진 로드맵을 일단 협의할 수도 있다는 쪽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비주류 의원들의 입장 변화가 야권발 탄핵 추진의 ‘캐스팅 보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의원은 의총장에 입장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박 대통령의 제안에) 즉각 거부 입장을 밝혔는데 여야가 기한을 정해 박 대통령 퇴진 일시에 대해 한 번쯤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줄곧 개헌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정진석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야당에 탄핵 일정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의총 발언을 통해 “대통령은 국민에게 항복을 선언했다”고 한 뒤 “탄핵 논의는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는 상황을 전제로 진행돼온 것”이라며 야당과 거국중립내각 구성 등에 대해 다시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