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기로 공식화함에 따라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있거나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해야 하는 다른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체제는 오너의 지배력 강화는 물론 책임·투명성 제고, 신성장동력 발굴 등 다양한 효과가 있지만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사 보유 금지,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로 전환 작업이 정체된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 45개 중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곳은 삼성을 비롯해 현대자동차·롯데·한화·현대중공업·두산·효성·동부·금호석유화학 등 26곳이다.
삼성이 29일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을 본격화하면서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도 정의선 부회장 체제의 경영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구조로 돼 있다. 정 부회장이 그룹을 승계하려면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인 모비스를 지배해야 하지만 지분 매입에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현실성이 낮다. 이 때문에 기아차와 모비스 간의 연결 고리를 끊으면서 모비스 지분을 정 부회장이 확보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기아차의 모비스 지분(16.9%)과 정 부회장의 글로비스 지분(23.3%)을 맞교환하는 방식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을 각각 투자·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하고 투자 부문을 합병한 후 현대글로비스와 추가 합병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롯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의 시발점인 호텔롯데 상장이 비자금 수사와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연기된 상태지만 사태가 일단락되면 본격적으로 재추진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호텔롯데 상장 추진 과정에서 지배력 강화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롯데제과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순환출자 구조의 중심에 있는 롯데제과를 중간지주사로 만든 다음 지주사격인 호텔롯데와 지분을 맞교환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지난 15일 6개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한 현대중공업은 로봇투자를 담당하는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한 지배구조 개편이 9분 능선을 넘었다. 향후 알짜 회사인 현대오일뱅크 등을 현대로보틱스에 몰아주고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현대로보틱스에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높인 뒤 아들인 정기선 전무에게 물려주는 방식이 유력하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