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PERE-서울경제 글로벌 투자자 포럼’에서 박민호(왼쪽 두번째부터) 사학연금 CIO, 최영권 공무원연금 CIO 등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송은석기자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 등 예상치 못한 정치적 이슈들로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내년에도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치·경제적 이슈들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과거에 비해 투자 전략과 투자 전략을 보다 다변화해 리스크를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들, 글로벌 불확실성 증가 불구 해외 부동산 투자 확대=30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PERE-서울경제 글로벌 투자자포럼 2016’에서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지방행정공제회·군인공제회 등 국내 기관들은 내년에도 해외 부동산 투자 확대를 반영해 사업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전체 대체투자 중 약 12%를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 공무원연금은 향후 5년간 해외 부동산 비중을 25~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3년간 해외 부동산 투자 비중을 3배 가까이 늘린 사학연금도 해외 부동산 투자를 계속해서 늘려갈 계획이다.
박민호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은 “국내에서 마땅한 투자 대상을 찾기 어려워 앞으로도 해외 부동산 투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 전체 부동산 중 해외 비중이 60%가량 되기 때문에 비중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서 자산 증가에 맞춰 전체 투자 규모를 키워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진우 군인공제회 대체투자본부장은 “지난 2013년 세컨더리 펀드 투자를 시작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를 재개했으며 지분 투자, 부실채권(NPL)에 이어 올해는 대출 펀드에 투자하는 등 점점 투자 규모를 확대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한국 기관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이병래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국민연금의 자산운용 규모가 2011년 말 349조원에서 올해 6월 말 535조원으로 증가하는 등 운용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이를 흡수할 만한 충분한 투자 기회가 없다”며 “해외 부동산 투자는 높은 수익률과 장기적인 현금 흐름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은 투자 수단”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사학연금, 내년 블라인드 펀드 통해 투자 전략 다변화=다만 최근 들어 투자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기관들은 그간 해왔던 방식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다양화하고 투자 지역 다변화를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공무원연금의 경우 기존에 확정 수익(fixed income)을 지급하는 채권 성격의 안정적인 자산 위주의 투자에서 벗어나 내년에는 가치증대(Value Added), 오퍼튜니티(Opportunity) 성격의 자산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최영권 공무원연금 자금운용단장은 “투자 전략의 다변화를 위해 내년 초에 처음으로 블라인드 펀드 투자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기관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박 단장은 “경제 전망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경기 민감 섹터보다는 경기 방어 섹터 위주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기존의 미국 대도시 위주의 투자에서 유럽과 세컨더리 마켓 등으로 투자 지역을 다변화하고 오피스 중심의 투자에서 물류창고·호텔 등 투자 자산의 다변화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익률 개선을 위해 아시아 이머징 시장도 투자를 고려하고 있으며 프로젝트가 아닌 블라인드 펀드 형태로 밸류애드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장동헌 행정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존의 코어나 코어플러스 투자 일변도에서 벗어나 내년에는 처음으로 밸류애드나 오퍼튜니티 투자를 사업계획에 넣어두고 있다”며 “투자 자산도 헬스케어·시니어하우스 등 경기 흐름을 덜 타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줄 수 있는 자산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