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Agaricus bisporus, 흔히 말하는 양송이버섯이 그 주인공이었다. 어지간한 요리에 다 들어간다. 하지만 보통은 수퍼마켓에서 사서 비닐봉지 포장으로 냉장고에 넣어 뒀다가 며칠 후 갈색으로 변해 상한 것을 알고 버린다. 과학은 유전자 조작 도구 CRISPR을 사용해 이러한 버섯의 변질을 지연할 방법을 알아냈다. 이 도구는 식물, 인간, 동물의 DNA를 전례 없이 정확하고 빠르게 조작할 수 있다.
CRISPR이라는 이름은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간헐적으로 반복되는 회문 구조 염기 서열 집합체)의 약자로 유전자 부호를 찾아내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변질 지연 버섯을 만든 펜실베니아 주립 대학은 CRISPR 효소인 Cas9를 사용했다. 이 효소는 염기쌍을 지워 유전자 및 그 표현형을 변화시킨다.그러나 이런 부분 때문에 화제가 된 것이 아니다.
지난 4월, 미국 농무부는 CRISPR로 유전자 조작된 버섯을 규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순수 유기농 주의자들과 환경 단체들에게, 이는 유전자 조작 생물체(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가 아무 검증 없이 출시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GMO속에 무엇이 있는지, 그것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아무 조사도 경고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말이다.
GMO 반대론자들은 “유전자 조작 식품을 그들은 과연 무슨 방법으로 정부 규제를 피해갔는가?”라고 묻는다.그러나 공익적 과학 센터의 생명기술 부장인 그레그 제프는 규제를 피해간 것이 아니 라고 말한다.
“미국 농무부는 이 버섯이 기존의 규제 체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합법적입니다.”
미국 농무부는 유전자 조작 식물이 다른 식물에게 식물병해충을 옮길 가능성이 있을 때만 규제하고 있다. 그러한 가능성이 있는 식물은 추가 시험을 거쳐 안전하다고 판단이 난 후에야 재배될 수 있다. 과거 소수의 유전자 조작 식물은 여러 가지 이유로 규제를 피해 왔다. 그러나 CRISPR 공정은 어떤 규제에도 걸릴 이유가 없다. 대부분의 유전자 조작 식물들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사용해 식물에 새로운 유전자를 주입한다. 그러나 CRISPR은 유전자 부호를 몇 번만 가위질하면 될 뿐이다. CRISPR 공정으로 만들어진 변질 지연 버섯은 병충해를 일으킬 수 있는 DNA가 없다. 때문에 미국 농무부는 이것을 규제할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다만 정식 출시 전에 미국 식품의약청의 검사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소비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가 20년 전부터 유전자 조작 농산물에 대해 승인을 해 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미국이 이른바 <프랑켄푸드>에 의해 초토화되고 있다고 잘못 생각해 오고 있다. 유기농 식품 로비스트들과 환경 보호 운동가들은 과학자들이 인류와 지구에 해로운 부작용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경고를 계속 보내고 있다. 이 문제는 학계와 대중 간의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 2015년 퓨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일반인 중 57%가 GMO는 대체적으로 불안전하다고 여기고 있었다고 한다. 반면 과학자 중 88%는 대체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기고 있었다.그러나 제초제에 내성을 지닌 작물을 만드는 것으로부터 GMO 프로젝트가 처음 시작된 지 현재까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처음에 사람들은 이런 작물이 화학 제초제에 내성을 지닌 수퍼 잡초를 만들어내고,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먹는 거의 모든 것은 유전자 조작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대학 1학년 생물학 교재에 나오는 그레고 멘델의 유전자 실험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진정한 수퍼 잡초는 다른 곳에서 자라나 식품을 적법하게 승인해주는 기관의 목을 조르고 있다.
관리감독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의 생물학 기술 규제 체계는 너무 낡았고 부실해 신속하게 발전하는 기술에 어울리지 않는다. 백악관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바꿔준다고 약속하기는 했다. CRISPR과 그 기술이 적용된 식품을 너무 조급하게 비난하는 것이야 말로, 호기심 많고 걱정 많은 대중들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실수이다. 비난 대신 과학에 기반한 투명한 평가를 해야 한다. 이 기술은 세계의 식량 공급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 유전자 조작 버섯이 나온 이유는 버섯이 수확 및 소비자의 냉장고까지 오는 과정에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 버섯이 시판되면 기껏 산 버섯을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을 확률도 줄어들 것이다. 이는 식품 중 40%가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는 나라에서 결코 가볍게 볼 것이 아니다. 그리고 CRISPR은 식품 개발의 새 역사를 창조할 것이다. 저렴하고 손쉬운 기술이기 때문에, 작은 연구소에서도 시도할 수 있고, 대형 식품 기업들의 GMO 독점체제를 붕괴시킬 것이다.
더 우수하고, 공들여 효율적으로 만들어낸 식품에 대한 수요가 올라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해당 과학 기술의 발전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유전자 조작에는 자금과 연구 활동이 필요하다. 또한 이를 가능케 하는 대중의 지지도 필요하다. 이 기술은 작은 회사들도 늘어나는 인구를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먹여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 준다. 기존의 생명공학은 진입 장벽이 높았다. CRISPR은 그 장벽을 낮추어 놓았다. 생명공학 기술을 민주화시켜 극소수의 거대 기업 뿐 아니라 대학 연구소의 연구원 개인도 훌륭한 유전자 조작 식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CRISPR 기술이 적용된 식품을 너무 조급하게 비난하는 것은 호기심 많고 걱정 많은 대중들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실수이다. 비난 대신 과학에 기초한 투명한 평가를 해야 한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by jen schwart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