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가운데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 노사 간 협의를 진행하는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은 올 들어 노사 간 성과주의 태스크포스를 꾸려 기존 은행 지점 성과 위주로 돼 있는 지표를 개인 성과도 반영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지난 9월부터 ‘올 스톱’ 상태다. 지난달 신임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선거가 예정돼 있었던데다 성낙조 현 노조위원장은 이달 산별노조인 금융노조 위원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 KB국민은행 사측은 신임 노조위원장이 업무를 넘겨받는 다음달 이후에나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은행은 민영화 현안에다 이달 노조위원장 선거가 진행되고 있어 사측과의 논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KEB하나은행 역시 기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노조가 다음달 출범할 예정이어서 사측과 논의가 어려운 실정이다. 신한은행은 은행장 임기가 내년 3월 종료되는 것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조용병 신한은행장 입장에서는 굳이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며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서두를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결정했던 금융공기관 역시 내년 시행이 불투명해졌다. 금융공기관 노조에서 사측을 상대로 줄줄이 법적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금융공기관 노조들은 성과연봉제 무효확인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각각 제기했다. 금융공기업들은 노사 간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 확대를 결정했는데 이들 노조는 이 같은 이사회 결정이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 성과연봉제는 시행이 어려워진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 당국의 성과연봉제 추진 동력이 약해진 만큼 시중은행에까지 도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성과연봉제는 금융노조에서 결사 반대하는데다 박근혜 정권의 핵심 정책인 만큼 은행 직원들 사이에서 거부감이 커졌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해 최근 “민감 금융기관도 성과연봉제를 조속히 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지만 발언의 구속력이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 대통령과 금융 당국 수장이 모두 바뀔 수 있는 환경에서 은행 사측이 무리하게 움직일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게다가 시중은행 노조 가운데 산별노조인 금융노조 탈퇴를 감행하고서라도 사측과 성과연봉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나서는 노조도 없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이미 일정 부분 성과주의를 시행하고 있어 무리하게 성과연봉제 확대를 추진할 이유가 없다”며 “여러 환경이 정리된 후에야 재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동효·조권형기자 kdhy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