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 시행된 가운데 금융권은 오는 2017년이 국내 금융산업 지배구조의 악습을 뿌리 뽑는 원년이 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내년에는 신한금융·우리은행·KB금융 등 국내 주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가 격변기를 맞는데다 조기 대선과 트럼프발 리스크 등으로 금융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울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경제신문은 20일 ‘2017 리빌딩 파이낸스-금융산업 지배구조를 다시 본다’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신한·KB국민·KEB하나·NH농협·우리 등 국내 5대 금융지주 및 은행·보험사·카드사 등의 고위임원들과 민간금융연구소장 등 7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금융계 임원의 73.7%가 ‘금융산업에서 관치가 매우 심하거나 여전히 많다’고 응답했다. ‘관치 문화가 없어지고 자율적 경영이 보장됐다’고 답한 금융계 임원은 5.3%에 그쳤다. 관치가 심한 영역과 관련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34.6%가 인사, 33.6%가 영업 및 마케팅이라고 답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정부 개입 중단을 수차례 천명했음에도 우리은행이 민영화 이후 여전히 정부의 간섭을 받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64.5%에 달했다.
금융산업의 진정한 재도약을 위해서는 관치 척결과 더불어 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의 임기 보장과 금융지주 규제 완화도 필요한 것으로 평가됐다. 현재 은행장 임기가 평균 2~3년에 그쳐 장기간의 안목으로 경영을 펼치기 어렵다는 지적에서 나온 의견이다. 또 금융지주 체제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계열사 간 고객정보 활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계열사 간 임원 겸직도 늘리는 등 법과 제도의 한계를 풀어야 성장이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금융계에서 삼성전자·현대자동차 같은 기업이 나오지 않는 것은 정부가 소유지분도 없으면서 사실상 뒤에서 조종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관치금융의 싹을 깔끔히 도려내고 CEO 임기도 능력만 있다면 현재보다 훨씬 길게 보장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줘야 경쟁력 있는 금융회사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홍우·강동효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