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스크린 '흥행 눈' 내렸다

사회 부조리에 통쾌한 한방 '마스터'
원전 소재의 휴먼 스토리 '판도라'
음악·춤 있는 '라라랜드' 등 인기몰이
관객 2,015만명…작년보다 140만명↑
'최순실로 최악 비수기' 예상 빗나가

마스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12월이 최악의 비수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관측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16년 12월 관객수는 2,015만9,457명으로 전년 동기에 1,872만5,363명 대비 약 140만 명이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관객수가 전년 동기 대비 17%가량 줄어든 여파가 12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상황에서 나온 뜻밖의 결과다.

최악의 비수기를 맞을 뻔한 극장가를 살려낸 건 초반부터 무서운 속도로 질주한 스프린터 ‘마스터’, 장기 흥행을 이어가는 마라토너 ‘판도라’, 꾸준한 속도로 그 뒤를 따라가고 있는 ‘라라랜드’ 등 세 작품이다. 어수선한 시국에서 관객들은 ‘판도라’와 ‘마스터’를 통해서는 현실에 분노하는 한편 희망을 보았고, ‘라라랜드’는 우리가 잊었던 낭만을 일깨웠다는 분석이다.


‘마스터(감독 조의석)’는 개봉 12일 만에 관객 544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작품은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을 떠오르게 하는 진현필(이병헌) 원네트워크 회장과 그의 일당(김우빈·진경)이 신종기법으로 서민들의 알토란 같은 돈에 사기를 치고, 이것이 가능하도록 돕는 권력자들을 정의로운 검사(강동원)가 일망타진하는 판타지에 가까운 오락액션물. 사회 부조리에 대한 해결방식은 판타지로 보이지만 국민이 바라는 그것에 가까웠다는 점이 흥행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이병헌, 강동원 그리고 김우빈 등 젊은 관객을 유인할 수 있는 막강한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들도 단기에 544만을 돌파하는 힘이 됐다.

판도라
판도라
지난해 12월 7일 개봉한 ‘판도라(감독 박정우)’는 누적관객 430만여명을 기록하며 장기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이 영화는 국내 영화로는 처음으로 원자력발전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이러한 화제성 외에도 가족애와 소시민들의 삶이 진한 감동을 주는 휴먼 스토리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중장년층과 가족 단위 관객들을 꾸준하게 극장으로 유인하고 있다. 경쟁작들에 비해 상영관 수가 확연히 줄어든 악조건 속에서도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다.

라라랜드
라라랜드
음악과 춤이 있는 영화 ‘라라랜드(감독 다미엔 차젤레)’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랑과 꿈 등 낭만을 이야기한다.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배우 지망생 미아(앰마 스톤)가 각자의 꿈을 응원하고 키워가는 멜로장르인 이 작품은 칸 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 페스티벌에 초청돼 호평을 받은 데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악 영화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흥행이 예고됐다. 두 사람의 사랑이 잔잔한 재즈와 어우러져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요즘의 어수선한 시국으로 상처받은 관객들의 마음에 위로가 된다. 제목인 ‘라라랜드’는 로스앤젤레스의 별명이자 ‘현실과 동떨어진 상태’를 의미하는 어구이기도 하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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