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는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새해 첫 이사회를 열고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손질했다. 금지약물 복용(도핑) 등으로 국제연맹의 징계를 받은 선수는 징계가 만료된 이후에도 3년간 국가대표로 활동할 수 없다는 조항을 삭제하기로 한 것이다. 이 규정은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내건 스포츠 4대악(승부조작·입시비리·조직 사유화·폭행) 근절의 연장선상에서 2014년 7월 생겨난 것이다. 스포츠 4대악 근절 정책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승마 비리를 덮기 위한 것이었다는 정황이 최근 검찰 조사로 드러났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도핑이 적발됐다. 이에 국제연맹 징계로 1년6개월간 국가대표 자격이 정지됐던 박태환은 체육회 조항에 걸려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박태환은 그러나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까지 가는 법적 다툼 끝에 체육회 조항은 이중처벌이라는 유권해석을 이끌어냈고 올림픽에도 나갔다. 체육회는 이날 “도핑과 관련해 CAS와 국내법원의 이중처벌 금지 판결에 따라 관련 규정을 삭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체육회는 또 “정부가 체육계 4대악을 척결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들이 많이 생겼다”며 “이렇게 억울하게 당한 체육인들을 위해 대사면이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이기흥 체육회장은 “파렴치범이나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과감하고 폭넓은 사면을 통해 체육인들에게 그동안 덧씌워졌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며 “체육 관계기관 등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검토, 구제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