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년전에 살았던 히올리스의 상상도. 과학자들이 히올리스의 화석을 연구한 결과 완족류에 가깝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5억년 전 캄브리아기 때 삼엽충과 함께 바다 밑바닥에 살았던 특이하게 생긴 생물이 있다. 바로 히올리스다. 히올리스는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몸을 껍질 안으로 숨기는 생물 중의 하나다. 아이스크림 콘처럼 생긴 껍질로 몸을 감싸고 있으며, 트랩 도어처럼 생긴 뚜껑을 갖고 있다. 엄니처럼 생긴 두 개의 가시가 뚜껑의 경첩 부위의 연한 조직을 뚫고 튀어 나와 있다. 입 주위에는 촉수가 펄럭이고 있다.
히올리스는 19세기에 처음 발견된 이후 고생물학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어떤 이는 달팽이나 조개와 같은 연체동물이라고 생각했고 다른 이는 고유종이라고 했다. 토론토 대학의 학생인 조셉 모이슈크는 그 미스테리를 풀었다. 1,500개 이상의 히올리스 화석을 분석한 결과, 모이슈크는 히올리스가 현재 촉수관 동물로 알려진 그룹, 즉 완족류(작은 촉수로 먹이를 찾는 조개류)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18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완족류는 조개처럼 두 개의 껍질을 가진 동물이다.
이로써 히올리스는 진화의 생명의 나무에 확실히 자리 잡게 됐다. 생명의 나무는 지구 생물 종들이 서로 얼마나 유사한지 비교하는 계통도로 생물종 간의 유전학과 발생학의 관계를 보여준다.
히올리스는 캄브리아기가 시작된 5억4,000만 년부터 존재했으며, 당시는 빠른 진화가 이뤄져 대부분의 주요 동물들이 생겨났다.
히올리스의 미스테리를 푸는 열쇠는 히올리스의 연한 조직이었다. 고생물학자들이 화석을 발견할 때면 대게 이빨이나 뼈, 껍데기 등 처럼 딱딱한 부분이 남아 있다. 연한 조직은 화석이 잘 안 만들어져 발견하기 힘들다. 하지만 모이슈크가 발견한 몇몇 화석은 연한 조직이 남아있었다. 많은 화석 표본이 고생대 화석 산출지로 알려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버제스 셰일에서 나왔다.
전자 현미경이나 다른 도구를 이용한 스캐닝을 통해 황 성분을 추적한 결과, 모이슈크는 몇 개의 샘플에서 입 주위에 촉수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불과 몇 센티미티에 불과한 히올리스의 표본을 현재의 연체동물이나 완족류와 비교한 결과, 모이슈크는 촉수가 먹이을 먹는데 필요한 촉수관으로 불리는 조직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이는 완족류를 포함한 촉수관 동물의 특징적인 구조다.
모이슈크는 “우리는 몇몇 화석에서 촉수관을 확인했을 때, 환호성을 질렀다”면서 “175년 만에 미스테리를 풀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모이슈크와 그의 동료들은 엄니 모양의 구조물이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에 대한 토론을 했다. 모이슈크와 그의 동료들은 이 엄니 구조가 바다 바닥에서 먹이를 지탱하도록 해서, 필터링 해서 먹을 수 있도록 돕는다고 생각했다.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의 고생물학자인 마크 서턴은 “연한 조직을 충분히 발견했다는 것은 대단한 성취”라면서 “이제 히올리스를 다루는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