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윤상원 열사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18일 오전 대구에서 열린 바른정당 대구시당 창당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김무성(왼쪽부터) 고문,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 유승민 고문, 주호영 원내대표, 이종구 정책위의장. /대구=연합뉴스
자금난을 호소하며 기성 정당 입당을 예고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종착지가 바른정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후보인 국민의당의 경우 안철수 전 대표가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당 장악력을 높이면서 반 전 총장과 손잡기를 희망했던 연대론 세력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DJP’ 연합 가능성을 흘렸던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18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그분(반기문)의 언행이나 함께하는 인사들이 우리당의 정체성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어떻게 할 것인지 청사진이 없고 또 실패한 정권의 인사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반 전 총장의 영입을 반대하고 있는 안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이 설 지나서 출마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반 전 총장의 지지세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신경전을 폈다.
이와 달리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의 영입을 자신했다. 김무성 의원은 이날 대구시당 창당대회에서 “반 전 총장도 바른정당으로 올 것으로 본다”며 “반 전 총장, 유승민, 남경필 등이 깨끗한 경선을 치른 뒤 후보를 결정해 오는 5월 말 정도로 예상하는 대선에서 보수 우파가 반드시 승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황영철 의원도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으로 오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반 전 총장의 행보가 충청과 호남을 아우를 수 있는 국민의당이라는 ‘이상’보다는 물리적 결합이 쉬운 바른정당을 택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반 전 총장을 돕고 있는 대다수가 이명박 정부 출신이고 새누리당을 탈당해 반 전 총장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힌 정진석 새누리당 의원 등을 감안할 때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정당이 바른정당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다. 국민의당의 경우 안 전 대표에 대한 지지층이 결집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당 지지 기반인 호남 민심이 반 전 총장 세력의 입당을 받아들이는 데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도 바른정당이 반 전 총장의 행선지로 지목되는 이유다.
단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에 입당하더라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일전을 위해 국민의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선택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박지원 대표도 ‘연대의 문을 완전히 닫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그렇게 폐쇄적이지 않다”고 답해 물리적 후보 단일화나 결선투표제 관철을 통한 후보 단일화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