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면- 철원 고석정과 민통선]동장군이 선사한 秘境...시린 바람도 반가운 겨울왕국

임꺽정의 전설 숨어있는 고석정
뉘엿뉘엿 석양빛따라 반짝이는
현무암 주상절리 얼음꽃 장관
한탄강 지나 민통선 들어서면
전쟁의 상흔 고스란히 간직한
철원의 아이콘 노동당사 등장
황홀한 군무로 하늘 물들이는
철새떼도 놓칠 수 없는 눈요기

철원이 자랑하는 고석정은 한탄강 중류에 위치한 철원8경의 하나로 강 복판에 있는 고석과 정자, 그 일대의 현무암 계곡을 총칭해 고석정이라고 부른다.


날씨가 추워지면 일기예보에 꼭 등장하는 지역이 있다. 철원이 바로 그곳이다. 휴전선 바로 아래 위치한데다 6·25 한국전쟁 당시 백마고지 전투로 유명해진 이곳은 철원평야라는 곡창을 품고 있다. 국군9사단과 중공군38군은 한국전쟁 종전을 앞두고 철원평야를 내려다볼 수 있는 백마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1952년 10월6일부터 10월15일까지 열흘간 열두 차례의 전투를 치렀다. 국군은 고지의 주인이 일곱 번이나 바뀌는 격전을 치른 끝에 이곳을 지켜냈고 철원평야는 결국 대한민국의 땅이 됐다. 기자가 찾은 날도 철원은 겨울왕국의 명성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듯 예외 없이 추웠다. 이틀 전까지 온난했던 기온은 철원 출장 하루 전부터 추워지기 시작하더니 취재 당일에는 급기야 수은주가 10도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안보관광지 철원의 첫걸음은 고석정 관광안내소에서 시작한다. 안보관광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고석정관광안내소에는 이제는 퇴물이 돼버린 전차와 대포·항공기들이 늘어서 있다. 이 광장을 가로질러 내려가면 고석정이 모습을 드러낸다.

철원이 자랑하는 고석정은 한탄강 중류에 위치한 철원8경의 하나로 강 복판에 있는 고석(바위)과 정자, 그 일대의 현무암 계곡을 총칭해 고석정이라고 부른다. 관광안내소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강 중앙에 위치한 10m 높이의 기암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바위에는 임꺽정이 은신했다는 자연 동굴이 있고 건너편 산정상에는 석성이 남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뉘엿뉘엿 기우는 햇볕을 받으며 내려간 계곡 아래에는 현무암 주상절리를 따라 흘러내린 물이 얼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고석정에서 한탄강 줄기를 따라 30분쯤 상류로 올라가면 직탕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직탕폭포는 한탄강 상류에 ‘ㅡ’자형 바위를 따라 흘러내리는 폭포로 철원8경의 하나다.



직탕폭포는 ‘ㅡ’자형 바위를 따라 흘러내리는 폭포로 철원8경의 하나다. 풍부한 수량이 일자로 떨어지고 있으며 고석정으로부터 2㎞ 상류에 위치하고 있다. 폭 80m, 높이 3m로 한국의 나이아가라 폭포라는 별명을 가졌다. 직탕폭포는 물의 흐름에 따라 침식이 일어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다.

한탄강 구경의 마무리는 송대소로 끝내는 것이 좋다. 송대소는 고석정 아래에 있는 주상절리 절벽이다. 이 소(沼)의 벽면은 꽃모양의 주상절리로 이뤄진데다 근처에는 두세 개의 펜션 외에는 특별한 시설이 없어 고적한 아름다움을 즐기기에 좋다. 송대소는 다른 곳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지만 이번 겨울에는 ‘제1회 똥바람 알통구보대회’가 승일공원에서부터 이곳까지 이어져 관광객의 발길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탄강 구경이 끝났다면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봐야 한다. 민통선 관광은 고석정 관광안내소에서 시작한다. 매일 오전9시에 안내소에서 관광 신청을 받아 해설사의 인솔하에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 관광을 시작하는데 관광객을 처음 맞는 유적지는 철원의 아이콘 노동당사다. 노동당사는 해방 직후인 1946년 공산당이 철원군의 한 개 리(里)마다 백미 200가마를 거둬 지은 건물이다. 지하1층, 지상3층 규모의 당사는 철근 없이 시멘트만으로 지어 올린 러시아 식 건물로 철원·포천·김화·연천 등 지역을 지배하기 위해 지은 지휘소였다. 노동당사는 동란 후 방치되다 지난 1994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발해를 꿈꾸며’라는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당사 1층에서는 반공 투사들을 잡아다가 고문하던 작은 방들이 있고 2층에는 사무실, 3층에는 주민들을 교육시키는 학습장이 있었다. 공산당 치하에서 악명을 날리던 이 건물은 미군과 전투를 치르며 파괴됐고 특히 폭약을 저장해놓던 건물 뒷부분은 미군 항공기의 공습으로 대파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건물 앞부분 중앙계단에는 미군 전차가 올라가면서 궤도에 파괴된 흔적이 그대로 남아 그날의 격전을 설명하고 있다.

철원 관광에서는 겨울 철새를 구경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노동당사를 지나 평화전망대와 두루미관으로 가는 동안 독수리를 비롯해 단정학, 재두루미 무리를 만났는데 제법 가까운 거리로 차량이 지나가도 먹이를 찾고 있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이 일대에서 가장 많은 새는 쇠기러기로 특히 토교저수지 일대에는 저녁마다 수백, 수천 마리의 기러기들이 모여들어 장관을 이룬다. 저수지를 벗어나 논밭 사이로 차를 몰아가면 먹이를 찾는 두루미들을 볼 수 있는데 가족 단위로 서너 마리씩 무리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철원이 철새들의 낙원인 이유는 풍부한 수량 때문으로 20만평의 동송저수지, 100만평이 넘는 토교저수지가 있어 아무리 가물어도 농사 걱정은 없다. 실제로 저수지의 물이 바닥을 보이면 한탄강에서 물을 끌어다 채운 후 농업용수를 공급하기도 한다. /글·사진(철원)=우현석객원기자

노동당사는 해방직후인 46년 공산당이 철원군의 한 개 리(里)마다 백미 200가마를 거둬 지은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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