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구치소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사법정의가 무너졌다’는 네티즌들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19일 새벽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기각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를 중심으로 “결국 이럴 줄 알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역시 헬조선 클래스는 남다르다” 등의 댓글을 달며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삼성 불매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남기며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행동 참여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 트위터리안은 “시민들은 이재용 구속이 기각됐다고 욕만 할 게 아니라 삼성불매부터 실천해야 한다”고 했고 또 다른 트위터리안은 “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기각될 것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며 “지금 중요한 건 이번 토요일의 촛불이다”라고 했다.
촛불집회 주최 측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즉각 유감을 나타내며 21일 예정된 13차 촛불집회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퇴진행동 측은 “법원이 무너뜨린 정의를 바로세울 것”이라며 “사법부는 ‘돈이 실력’임을 입증했다. 법은 평등하지 않았고 상식은 또 한 번 무너졌다. 법원은 재벌 앞에서 멈췄다”고 주장했다.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네티즌들의 분노는 담당 법관인 조의연 판사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조의연 판사 관련 검색어가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과거 판결들이 다시 기사화되고 있다. 지난해 롯데그룹 비리의혹 수사 과정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배출가스 조작 사건에 연루된 폴크스바겐 박동훈 전 사장, 존 리 전 옥시 대표 등 기업 관계자들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내용이 중심이다. 그러나 조 판사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차은택씨 등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고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관계자 3명을 구속한 바 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축! 이재용 영장 기각…여기가 아직 나라구나 느끼게 해준 담당법관에 경의를 표한다”는 글을 올렸다. 몇몇 트위터리안도 “구속할 이유가 없으니 기각하는 게 당연하다”며 “어이없는 마녀사냥을 당장 중단하라”는 의견을 남겼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귀가하지 않고 서초동 삼성 사옥으로 향했다. 임직원을 격려하고 중요 현안을 챙긴 뒤 귀가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김나영기자 iluvny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