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인 19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직원들은 사상 초유의 총수 구속에서 벗어난 것에 안도하면서도 쇄신을 통해 삼성이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연합뉴스
“수사 대응도 벅찬데 다른 현안들은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지 감이 안 옵니다. 대비 자체가 가능한지도 모르겠네요.”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19일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렇게 토로했다. 이 부회장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막았지만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부터 갤럭시S8 출시까지 올해 예정된 주요 현안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어졌다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20대 국회에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막기 위한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수세적 경영을 할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 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경영의 추진동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 이 부회장 영장 기각 이후 삼성그룹 앞에 놓인 주요 경영의 변수를 알아봤다.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필요한 중간금융지주회사제도 도입도 가망이 없는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초 대기업집단의 지주사 전환을 유도한다며 중간금융지주사법 추진 의지를 밝혔지만 야권과 여론은 “삼성의 편의를 위한 법”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발의조차 쉽지 않다. 당초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해 만든 지주사로 비금융계열사를 지배하도록 하고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사로 만들어 금융계열사를 지배하도록 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했지만 중간금융지주사법이 도입되지 않으면 성사되기 어려운 형편이다.
② 미전실 해체 물 건너가나=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이제 국민과의 약속이 됐다. 하지만 여러 여건상 이를 신속하게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횡령·배임 행위를 두고 수개월~수년간 재판이 예정된 만큼 삼성은 당분간 미전실이 주도하는 비상경영체제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삼성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이 부회장이 약속한 것을 우선 지킬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상반기 이뤄질 정기 인사에 맞춰 미전실 해체에 준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어려움 속에서 삼성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징표다. 특히 갤S8은 어떤 일이 있어도 성공해야 하고 ‘품질의 삼성’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④외국계 공격 어떻게 막아낼까=이런 가운데 삼성에 대한 외국계 투기자본의 공격이나 인수합병(M&A)을 둘러싼 외국 정부의 딴죽 가능성도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삼성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한 외국계 헤지펀드가 이 부회장 등 삼성 경영진의 도덕성을 문제 삼으며 경영진을 압박하고 경영 참여를 노릴 수 있다고 관측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특검 수사를 근거 삼아 한국 정부에 1조원대 투자자국가간소송(ISD)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