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환율조작국? 심층분석대상국?…뭐가 맞나=국내에서는 미 재무부가 할 수 있는 수단을 ‘환율조작국’으로 통칭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조작국’과 ‘심층분석대상국’ 등 두 가지다.
재무부는 두 가지 칼 모두를 휘두를 수 있다. 일단 조작국은 지난 1988년에 제정한 ‘종합무역법’이 배경이다. 지정기준이 ‘경상수지 흑자국과 유의미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 중 미 재무부가 환율조작을 단행한 국가를 판단한다’로 자의적이다. 한국을 걸고넘어지려면 이 법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지난 1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흑자가 7.9%(7월 기준 1년)로 대만(14.8%), 스위스(10%), 독일(9.1%) 다음이었다.
심층분석대상국은 2015년에 만들어진 ‘교역촉진법’이 배경이다. 한국이 이 법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낮다. 법에는 △상당한 대미 무역흑자 △경상흑자 △지속적 외환시장 개입 등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나라로 정했고 재무부가 재량으로 바꿀 수 있는 일종의 시행령으로 △무역흑자 200억달러 △GDP 대비 경상흑자 3% 이상 △GDP 대비 2% 이상 자국 화폐가치 하락 유도 개입 등을 제시했다. 한국은 무역·경상흑자가 기준을 넘지만 원화 강세 유도 개입을 했다. 그러나 재무부가 시행령을 개정하면 우리도 지정될 수 있다.
②진짜 지정 가능성 높나?=그야말로 50대50이다. 지난 설 명절에 기획재정부 국제금융 라인의 과장급 실무진은 미국 워싱턴의 재무부를 비공개 방문했다. 여기서 한국은 일방향 시장개입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고 미 재무부 과장급 인사도 긍정적 반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 재무장관, 차관, 차관보 등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현재 미 재무부는 국장급 이하 진용만 갖춰졌다.
미 재무부의 지난해 10월 환율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는 과거 1년간(2015년 7월~2016년 6월) GDP의 1.8% 규모로 원화 강세 유도 개입을 했다. 조작국 지정 이유는 원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을 지원하는 것인데 우리는 정반대였다. 그러나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일본은 환율 개입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실제 하지도 않고 있으며 독일도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화를 관리해 환율을 조작할 능력도 없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모두 조작국으로 언급했다”며 “결국 대미 무역흑자가 큰 나라를 트집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302억달러(2015년 7월~2016년 6월)로 중국(3,561억달러), 독일(711억달러), 일본(676억달러) 등보다는 못했지만 주요국 중 다섯 번째로 높았다.
③지정되면 어떤 일 벌어지나?=한국에 외환위기 같은 충격이 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원화 가치가 급등하며 수출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조작국이 되면 우리 정부는 미 재무부와 환율 조작을 고치기 위해 즉시, 주기적인 협상을 해야 한다. 외환 당국이 원화 가치 상승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 쏠림 현상이 나타나며 환율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미국은 1988년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고 이후 환율은 달러당 709원에서 667원으로 6.4% 하락했다.
심층분석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심층분석국과 1년간 양자협의를 하고 그래도 환율, 무역 불균형이 그대로라고 판단되면 △미국 기업의 한국 투자 시 금융지원 금지 △우리 기업의 미 연방정부 조달시장 진입 금지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협의 △미국과 무역협정 협상 개시 여부를 평가할 때 환율 시정 노력을 고려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파악한 결과 네 가지 제재로 우리가 직접 받는 충격은 희미하다. 다만 심층분석국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원화 가치 급등은 불가피하다.
우리는 빠지고 중국만 지정되면 위안화 가치가 뛸 것이고 그동안 원화와 위안화가 같이 움직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화도 강세를 보여 수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다만 기회도 있다. 일본만 지정된다면 엔화 가치가 급등하고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는 낮아져 국제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우리 수출품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