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의장 출신으로 독일 총리 자리에 도전장을 던진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 후보에 대한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의 평가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독일 정국을 뒤덮은 ‘슐츠 효과’에 사민당 지지율이 급등세를 보이자 10년을 넘게 독일을 이끌어온 메르켈 총리 시대가 저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인자(Insa)는 이날 발표한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중도 좌파인 사민당이 31%를 얻어 메르켈 총리가 집권한 지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30%)을 꺾었다고 발표했다. 인자에 따르면 지난 조사에서 21%에 그쳤던 사민당 지지율이 2주 만에 무려 10%포인트나 치솟았다. 이는 같은 기간 기독-기사 연합의 지지율이 32.5%에서 30%로 내려앉은 것과 대조적이다. FT에 따르면 인자의 헤르만 빈케르트 수석 여론조사연구원은 “14일 만에 사민당의 지지율이 놀라울 정도로 급등했다”며 “여론조사에서는 매우 비현실적인(phenomenal) 일”이라고 설명했다.
사민당의 지지율 급등세를 견인한 것은 차기 총리 후보로 독일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슐츠 후보다. FT는 사민당 전당대회에서 슐츠가 당의 총리 후보로 선출된 지난달 말부터 사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커졌다고 전했다. 실제 그가 총리 후보로 결정된 직후인 4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사민당은 29%의 지지율로 기민-기사당 연합의 33%에 4%포인트 차이로 근접하기 시작했다. 이는 메르켈 총리를 필두로 한 기민-기사 연합이 올 초까지 지지율에서 사민당을 약 10%포인트 차이로 압도한 것과 크게 달라진 양상이다.
슐츠 후보의 최대 강점은 입지전적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높은 대중적 인기다. 독일 서부 아헨 출신으로 어린 시절 축구선수를 꿈꿨던 슐츠는 부상으로 운동을 포기하고 1974년 19세 때 사민당에 가입하면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31세에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최연소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전국적인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 특히 당시 선거에서 축구선수의 길을 포기한 뒤 알코올 중독에 빠졌던 그가 대학 졸업장 없이 책 판매원, 서점 사장으로 재기한 인생 스토리가 공개되면서 대중의 인기가 급등했다.
독일 유권자들을 사로잡는 직설적 화법도 슐츠 후보의 장점으로 꼽힌다. 슐츠 후보는 지난달 25일 사민당 총회 연설에서 “나는 독일 총리가 되고 싶다”면서 “나는 서 있으나, 앉아 있으나, 누워 있으나, 육해공 어디에 있으나 차기 총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매체인 슈피겔은 이를 두고 “‘나는 총리가 되고 싶다’고 단순하게 말하는 슐츠 후보의 강력한 권력의지가 시민들에게 높은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슐츠의 등장이 정체된 독일 정치판에 역동성을 주고 유력했던 메르켈 총리의 4연임 성공 시나리오를 뒤흔들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의회 의장 경력 덕분에 EU에 풍부한 인맥을 가졌다는 것도 그의 장점으로 꼽힌다. 슐츠는 1994년 유럽의회 의원으로 당선된 후 유럽의회 내 사회당그룹(S&D)을 이끌었으며 2012년부터는 의장까지 지냈다.
한편 메르켈 총리는 당수로 있는 기민당뿐 아니라 자매 보수당인 기독당의 공동 총리 후보로 총선에 나서게 됐다. FT에 따르면 6일 호르스트 제호퍼 기사당 당수는 뮌헨에서 메르켈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양당 지도부 회합을 열어 만장일치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신문은 기민-기사 연합이 메르켈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만큼 본격적인 총선 준비를 곧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