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권말 ‘낙하산용 공공기관'지정 판친다

"부처 영향력 확대하자" 보조금 지급 등 '기획' 신설
올 11개 늘어 332개로 역대최다...기능중복 폐해도



대통령 탄핵으로 국정 공백이 심화하는 틈을 타 공공기관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조직운영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 아닌 정부 부처가 ‘낙하산’ 자리를 만들거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기획’ 신설한 경우도 많아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달 25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지난해보다 11개 늘어난 332개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 지난 2007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후 가장 많다. 기재부 산하 공운위는 매년 1월 공공기관을 지정하고 있는데 근래 들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공공기관 수가 감소했다. 정권 초 305개(2008년 1월)였던 것을 2010년 286개로 줄인 뒤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늘기 시작했다. 2013년 9개가 증가하더니 매년 10개 안팎으로 쉼 없이 불어나 올해까지 5년간 모두 46개가 늘었다.


특히 부처가 ‘영토’를 넓히기 위해 공공기관 지정을 기획한 경우가 많았다. 부처는 먼저 민간법인을 만든 후 보조금을 주거나 연구용역을 맡긴 뒤 공공기관 지정요건(수입 중 정부 지원액 절반 이상)을 충족시킨다. 요건을 만족시킨 기관을 공운위 심사에서 지정시키는 식이다. 한국기술자격검정원은 2011년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인 설립 허가를 받고 고용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국가기술자격 업무를 재위탁받다가 올해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업무를 산업인력공단이 수행하면 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결국 신규 지정됐다.

중복된 공공기관이 만들어지면서 공공 부문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낙하산 문제도 발생되고 있다. APEC기후센터(2015년 지정, 기상청 산하) 소장은 기상청 차장이 바로 내려오기도 했다. 세금지원도 급증해 예산은 2012년 36조9,000억원(국회 예산정책처 추산)에서 올해 52조1,000억원으로 41%나 뛰었다. 같은 기간 정부 전체 예산이 22.9%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이수영 바른사회시민연대 경제팀장은 “퇴직 고위공무원들의 자리를 만들고 부처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늘리고 있다”며 “행정력 및 예산의 낭비, 민간영역 침해 등의 문제가 있는데 제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