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 통과 1주년 기념 토론회에 참석한 마이클 커비 전 유엔 COI 위원장. /연합뉴스
“김정남 살인 사건은 첩보원을 일본 등 타국에 잠입시켜 범죄행위를 자행하던 북한의 과거 행태가 부활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은 2일 국회인권포럼,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등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북한 인권법 통과 1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에게 북한이 13명의 일본 국민을 납치한 적이 있다고 시인했다”며 “김 위원장의 사과가 이뤄지기 전까지 북한 당국은 모든 납치와 실종에 대한 의혹을 부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정남 사건은 부분적으로 일본인 납치 사건들,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의 처형 사건과 유사하다”며 “특히 이번 말레이시아에서 일어난 사건은 다른 유엔 회원국들의 영토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국제사회 일원의 행동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홍일표(왼쪽 세번째) 국회 인권포럼 대표(바른정당)가 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인권법 통과 1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한민국 국회가 COI 보고서에 주목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인권 피해자들은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며 “폭력의 종결과 인권 존중은 한반도의 궁극적 화해와 통일을 위한 진정한 기반”이라고 덧붙였다.
커비 전 위원장에 이어 토론자들도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해 북한 당국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재원 변호사는 “김정남이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살해당한 사건은 북한 동포들의 인권이 얼마나 야수적인 독재권력의 발밑에 던져져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김정은 정권의 잔혹성과 인권유린에 대한 관심이 새삼 증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북압박도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참석자들은 법 제정 1년, 발효 6개월이 되도록 출범하지 못하고 있는 북한인권법 관련 핵심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이 하루빨리 구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자로 나선 안명철 NK워치 대표는 “국회는 본분과 사명을 다해 하루속히 북한인권재단 설립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북한인권법 시행에 따라 북한인권기록센터·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 등 다른 북한 인권 관련 주요 기관들은 이미 모두 출범했지만 북한인권재단만은 국회의 이사 추천 지연 문제로 출범이 미뤄지고 있다./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