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자와 다케시(사진) 라인 대표가 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인공지능(AI) 플랫폼 사업 클로바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네이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공지능 생태계를 선점하라.’
인공지능(AI) 플랫폼 선점을 위한 국내외 업체 간 전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아마존·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앞서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보기술(IT) 업체들도 도전장을 내밀며 AI 플랫폼 개발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누가 먼저 성능 좋은 AI 플랫폼을 만들고 더 많은 기기와 기능을 탑재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대표는 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네이버와 함께 준비한 AI 플랫폼 사업 ‘클로바’를 전격 공개했다.
클로바는 음성인식, 비주얼 인식, 대화형 엔진 등 다양한 AI 기술을 모은 통합 AI 플랫폼이다. 라인과 연계된 기존 AI 플랫폼 ‘아미카’를 몇 단계 진화시킨 것으로 네이버와 라인은 클로바로 AI 생태계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데자와 대표는 “인간은 오감(五感)을 활용한다”면서 “클로바도 음성 중심의 AI에서 벗어나 모든 감각을 쓸 수 있도록 기능을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클로바는 아마존·구글 등의 AI 플랫폼처럼 음성(청각) 인식은 물론 인간의 눈(시각)과 입(대화)의 역할을 하는 엔진까지 갖췄다. AI는 이세돌 9단을 꺾은 구글의 ‘알파고’로 유명해졌지만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AI 기술은 음성인식 분야다. 인간이 음성으로 지시하면 AI 플랫폼을 탑재한 전자기기가 이를 인지하고 분석해 스스로 작동하는 구조다.
음성인식 분야의 선두주자는 AI 플랫폼 ‘알렉사’를 개발한 아마존이다. 지난 2014년 세계 최초로 AI 플랫폼을 적용한 스피커 ‘에코’를 내놓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에코는 전 세계적으로 무려 510만대나 팔렸다. 구글은 알렉사의 대항마 격으로 음성인식 AI 비서인 ‘어시스턴트’를 지난해 5월 공개했다. 오는 10일 출시되는 LG전자(066570)의 전략 스마트폰 ‘G6’에도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된다.
국내 업체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카카오(035720)는 올 2월 AI 플랫폼 개발을 위해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설립한 뒤 국내외에서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단 올 상반기 중 카카오톡과 연동되는 AI 채팅로봇(챗봇) 서비스를 시작으로 영상·대화형 엔진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카카오의 한 관계자는 “구글 등 글로벌 업체들이 한국어 인식 AI 플랫폼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내 개발사들이 시장에 파고들 여지는 충분하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새로운 먹거리를 위해 AI 플랫폼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SK텔레콤(017670)은 지난해 8월 일찌감치 자사 AI 플랫폼 ‘누구’를 활용한 스피커를 선보였다. KT(030200)도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 방송수신기(셋톱박스)에 음성인식 기능을 담은 ‘기가 지니’를 출시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황창규 KT 회장은 MWC에 참석해 일제히 AI 플랫폼 개발에 투자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AI 플랫폼의 핵심은 ‘연결’이다. 아무리 좋은 플랫폼을 만들어도 가정과 사무실에서 사용되는 전자기기와 연결되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애플과 함께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1~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005930)가 개발한 AI 플랫폼 ‘빅스비’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빅스비를 탑재하면 빅스비의 시장점유율은 금세 올라갈 수 있다. 실제로 오는 29일 공개되는 ‘갤럭시S8’에 빅스비가 탑재된다.
네이버와 라인도 클로바를 공개하면서 일본의 사물인터넷(IoT) 전문기업 ‘윈클’의 인수 사실을 밝혔다. AI 플랫폼을 충분히 확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일본 전자기기 제조사 소니, 완구 업체 다카라토미 등 분야별 전문기업과 클로바를 접목한 다양한 기기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클로바를 활용할 제휴사가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민구·김지영기자 ming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