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 한 승객이 에미레이트항공 카운터에서 탑승 수속을 밟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슬람권 8개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에미레이트항공 등 9개 항공사에 전자기기의 기내 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로스앤젤레스=AFP연합뉴스
미국에 이어 영국이 중동·북아프리카 국가에서 출발해 영국으로 입국하는 직항 항공편에 대해 일부 전자기기의 기내 반입을 금지했다. 영국 교통부는 2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터키·레바논·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튀니지 등 6개국에서 영국으로 오는 항공편에 한해 ‘16.0㎝×9.3㎝×1.5㎝’ 크기를 넘는 휴대폰·노트북·태블릿 등의 기내 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기내 반입이 금지된 전자기기는 짐으로 부쳐야 한다.
이에 앞서 미국 국토안보부도 이날 요르단·이집트·터키·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모로코·카타르·아랍에미리트 등 이슬람권 8개국에서 오는 비행기에 전자기기 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영국과 달리 휴대폰은 제외됐으며 카메라·DVD플레이어·전자게임기 등이 포함됐다.
전자기기 위장한 폭탄 우려
“反이민 정책 일환” 지적도
미국과 영국 정부는 이번 조치가 전자기기를 위장한 폭탄 반입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는 “최근 정보에 의하면 테러 그룹이 다양한 소지품들에 폭발장치를 숨기는 방법 등으로 민간 항공기를 표적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노트북 등 휴대용 전자기기에 숨길 수 있는 폭탄을 개발하고 있어 미국과 영국이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테러 방지는 표면적 이유일 뿐 사실상 반이민 정책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내 반입을 금지하더라도 화물칸에 실으면 이번 조치가 사실상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보안기술 전문가인 브루스 슈나이더는 “전자기기 테러 예방책을 극소수 중동 국가 항공편에만 적용해야 할 근거가 없다”며 “이번 조치는 여행을 매우 어렵게 만드는 규제”라고 지적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