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베스트셀링카' 클리오로 "한국은 해치백 무덤" 통념 깬다

르노삼성차 5월 출시 예정
앙증맞은 디자인에 탄탄한 주행성능 겸비
고급 사양 적용해 프리미엄 이미지 강조

“한국 시장에서 해치백은 안 팔린다는 고정관념을 깨겠다.”

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은 올 초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국내에서 해치백이나 왜건이 잘 안팔리는 것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메이커의 문제이지 수요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박 사장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르노삼성차가 올해 들여올 예정인 해치백 ‘클리오’의 성공 여부에 대해 의구심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 해치백이 안 팔리는 것은 맞다. 대표 차종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의 ‘i30’은 지난해 2,441대가 팔리는데 그쳤다. 지난해 9월에 신차가 출시됐음에도 전년대비 판매가 26%나 줄었다. 국산 차종 중 해치백은 i30가 유일하다.

해치백이나 왜건이 국내에서 안 팔리는 이유를 꼭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한국 소비자들이 유난히 세단을 선호하는데다 과시욕 때문에 소형차 보다는 점 더 큰 중대형차를 구매하는 성향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해치백이 실용적이기는 하지만 굳이 실용성을 따지자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구입하면 된다.

선택지가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해치백이 안 팔리니 메이커들이 새로운 차종을 만들지 않아 더 안 팔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디자인의 완성도와 주행 성능이 좋은 해치백이라면 구입할 소비자가 있다는 얘기다. 폭스바겐의 ‘골프’가 대표적이다. 골프는 2014년 국내에서 7,238대가 팔렸고 이듬해에는 9,501대나 판매됐다. 주력 모델인 골프 2.0 TDI는 2014~2015년 2년 연속으로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4위에 랭크됐다. 당시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으로 골프를 히트시킨 장본인이 바로 박 사장이다.


박 사장은 지난 30일 열린 ‘2017 서울모터쇼’ 프레스 데이에서 클리오를 소개하면서 “그동안 국산차 메이커들이 변화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외국 브랜드를 따라가는 수동적인 모방에 머물렀다”면서 “개성과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모델을 찾지 못한 소비자들이 수입차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클리오를 통해 개성있는 차량을 찾는 국내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르노삼성자동차 모델이 30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7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에서 ‘클리오’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르노삼성차
클리오는 1990년 첫 출시 후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1,300만대 이상 팔렸다. 매년 50만대가량 팔렸다는 얘기다. 부드럽고 앙증맞은 디자인에 정교한 차체 밸런스, 뛰어난 실용성이 인기 비결이다. 2~3년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이면서 끊임없이 변신한 것도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로 꼽힌다. 고성는 트림인 클리오 R.S.를 포함해 GT, 스포츠 투어러, 클리오 고디니 등 파생모델도 갖춰 선택지가 다양하다.

르노삼성차가 들여오는 클리오는 2012년 출시된 4세대 모델의 부분변경모델이다. 디젤과 가솔린 모델 중 어느 것을 먼저 들여올 지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디젤이 유력해 보인다. 가솔린 모델은 1.2L, 1.4L, 1.8L 등 다양한 트림을 갖췄다. 파워트레인이 다양해 소비자들이 자신의 운전성향에 맞게 구입할 수 있다.

클리오는 친근한 디자인에다 탄탄한 주행성능을 겸비했다. 안정적인 핸들링과 정밀한 스티어링감으로 도심뿐 아니라 장거리 고속 주행에서도 뛰어난 주행성능을 발휘한다는 평가다. 뒷좌석을 접으면 넓은 적재 공간이 생기는 5도어만의 뛰어난 실용성도 갖췄다. 트렁크 용량도 300리터가량으로 넉넉한 편이지만 뒷좌석이 성인이 앉기에는 좁다.

르노삼성차는 클리오를 B세그먼트의 프리미엄 모델로 내세운다는 방침이다. 고급 사양을 많이 탑재해 중형차 고객을 뺏어오겠다는 마케팅 전략으로 보인다. 클리오에는 발광다이오드(LED) 퓨어 비전 헤드램프와 SM6·QM6와 동일한 C자형 주간 주행등과 3D타입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고정형 글라스 루프,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등 고급 사양이 대거 적용됐다.

박 사장은 “소비자들의 숨겨진 욕구와 필요를 채워온 르노삼성차의 길은 결국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면서 “잠재된 소형차 시장의 수요 역시 클리오의 사랑스러운 디자인과 감성으로 촉발되고 새로운 유행으로 번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SM6로 침체된 중형차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처럼 클리오를 통해 해치백은 물론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는 소형차 시장의 부흥을 이끌겠다는 의지다. 클리오는 오는 5월께 출시될 예정이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박동훈(왼쪽)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30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7 서울모터쇼’ 프레스 데이에서 프랑수아 프로보(오른쪽) 르노그룹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과 ‘클리오’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르노삼성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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