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이것만은 바꿉시다]금연구역 벌금 '10만원' vs '84만원'

<1-2> 남 아랑곳 않는 흡연습관

‘10만원 vs 84만원’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됐을 때 내야 하는 우리나라와 싱가포르의 벌금이다. 한국과 싱가포르의 벌금은 무려 8배 넘게 차이가 난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집에서 창문 밖으로 수십 번 담배꽁초를 버린 남성에게 1,700만원이 넘는 벌금을 물리기도 했다. 강력한 벌금정책으로 흡연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도 금연정책이 강화되는 추세지만 남을 배려하는 흡연 매너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벌금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생활문화 선진국들에 비해 국내의 금연규정 위반 벌금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 3월부터 모든 음식점을 원칙적으로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현재는 음식점에서 담배를 피우면 흡연자는 최대 300만원, 업주는 최대 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연 음식점에서 흡연했을 경우 흡연자는 10만원, 업주에게는 17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담배꽁초 무단투기에 대한 벌금 역시 큰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5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하지만 홍콩은 길거리에 담배꽁초 등 쓰레기를 버리면 약 21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프랑스는 지난해 담배꽁초 무단투기 벌금을 약 4만5,000원에서 9만원으로 2배 가까이 올렸다.

‘금연아파트’에서의 흡연 역시 골칫거리다. 국민신문고 등 관련 기관에 “이웃집에서 담배를 피워 냄새가 환풍구를 통해 올라온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지만 달리 제재할 수단이 없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국토교통부에서 관리사무소 등 관리주체가 실내흡연 중단을 권고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지만 과태료 부과 같은 법적 조치가 포함되지 않아 강제성이 없으므로 실효성은 미지수다. 반면 미국의 경우 공동주거지역에서의 흡연에 단호하게 벌금을 부과한다. 캘리포니아 벨몬트시는 2007년부터 단독주택을 제외한 공공거주시설에서 흡연을 금지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을 매긴다.

이기영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과태료 부과는 이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 것이 아니라 ‘하지 말라’는 강한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소득수준에 비해 과태료가 높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지금보다 더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