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한 학습근로자와 기업은 지난 수년간 이처럼 법적 근거를 마련해달라고 꾸준히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지난 2014년부터 3년이 지난 현재까지 현장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이는 노동개혁 5개 법안처럼 여야 간 의견이 뚜렷하게 나뉘는 사안도 아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여야를 막론하고 일학습병행제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2014년 발의됐다가 폐기됐고 지난해 다시금 발의됐지만 법안은 여전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이 ‘법 제정’이라는 일종의 공적 쌓기를 위해 전 정권에서 현 정권으로 법 통과를 미룬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처럼 크게 눈에 띄는 쟁점 없이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남녀고용평등법과 고용정책기본법, 고령자고용촉진법 등 고용노동부 관련법만 어림잡아 수십 개다.
일각에서는 정부 등이 지나치게 쟁점 법안의 국회 통과를 밀어붙이면서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노동개혁 법안을 갖고 정치권과 씨름만 할 게 아니라 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했다면 훨씬 많은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을 것”이라며 “지난 정권에서 의미 있는 여러 비쟁점법안이 묻힌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 관계를 맺어나가야 할 문재인 정부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전문가들은 노동개혁법과 같이 순기능과 역기능이 공존하는 쟁점 법안과 관련해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치열한 논의를 이어가더라도 비쟁점민생법안은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우선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법의 가장 큰 역할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함으로써 모든 시민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이며 정치는 이런 기능이 잘 작동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치권이 권력 투쟁 프레임(틀)에 묶여서 민생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이 같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를 사회 안전망에 포섭하는 목적을 지닌 법안은 정치적 이익과 불이익을 떠나서 국회가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