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캠프’, ‘무릎팍도사’, ‘놀러와’ 등이 피고 지는 동안, 옆 동네 ‘해피투게더’가 야간매점이나 목욕탕 콘셉트 등 포맷을 변화시킬 동안 ‘라디오스타’는 꿋꿋하게 토크 위주 예능프로그램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MBC ‘라디오스타’
오로지 ‘말빨’로 살아남았다. 물론 ‘라디오스타’는 ‘고품격 음악방송’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운다. 그러나 음악이 주는 아니다. 촬영이 끝날 즈음 마치 회식자리를 종료하는 것처럼 준비해 온 곡 하나 부르고 끝이다. 그전까지 한 시간 남짓한 방송 시간동안 MC와 게스트들은 준비된 질문으로 대화하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질리지가 않는다. 오히려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라디오스타’가 시청자와 출연자 모두에게 사랑받는 프로그램이 된 데에는 MC들의 역할이 컸다. 정덕현 평론가는 “MC들의 성향이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됐다. 정해진 대본이 분명 있을 텐데 대본을 미끼처럼 사용한다. 공격도 하고 유도심문도 한다. 이 과정에서 게스트의 꾸며지지 않은, 생각하지 않은 답변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10년이 지나는 동안 MC의 자리가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다. 특히 중앙으로부터 가장 먼 네 번째 MC자리가 수난을 겪어왔다. 해당 자리에 앉았던 일일MC, 스페셜MC 등을 세어보면 열 손가락이 넘을 정도. 우선 초기 멤버에는 슈퍼주니어의 신동이 있었다. 무려 2회부터 출연했다. 얼마 안 가서 김국진으로 교체됐고, 곧이어 신정환이 합류했다. 그가 도박으로 하차한 후에는 슈퍼주니어 김희철이 자리를 채웠다.
김희철은 1년 남짓 MC를 봤음에도 존재감이 상당했다. 그는 공익 근무를 위해 MC에서 내려왔고, 같은 그룹 멤버 규현에게 자리를 넘겼다. 다음이 유세윤이다. ‘무릎팍도사’가 사라진 후, 갈 곳 없는 그를 데려와 5MC 체제를 만들었다. 그러던 중 김구라가 과거 발언으로 인해 하차했다. 유세윤 마저 음주운전으로 하차한 후에 김구라가 다시 돌아왔다. 이후 김국진 김구라 윤종신 규현 으로 4MC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MBC ‘라디오스타’
규현은 지난 2011년부터 자리를 지켜왔다. 첫 방송 때, 그는 ‘임시’ 완장을 차고 방송에 임했다. 초기에는 그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아이돌이라는 점, 예능MC로서 검증이 부족하다는 점 등 때문. 이 같은 부담감으로 인해 다소 헤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점차 자리를 잡아가면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바뀌어갔다. 규현은 밉지 않은 자기자랑과 연차를 바탕으로 한 연예계 정보력, 특유의 순발력과 센스로 프로그램을 채웠다. 김구라가 ‘힐링캠프’ 인연으로 추천한 만큼, 둘의 호흡도 볼 만 했다. 어느새, 네 번째 자리에 앉았던 연예인 중 가장 오래 자리를 지킨 MC가 됐다.
6년간 자리를 지켰던 규현이 하차하게 됐다. 2011년 김희철이 하차한 것과 동일한 이유다. 오는 25일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앞서 네 번째 자리가 비었을 때마다 ‘라디오스타’는 새 MC를 데려왔다. 이번 상황 또한 마찬가지다. 평균 4명의 게스트를 초대하는 입장에서, 3MC를 택하지는 않으리란 전망이다. 싸이로 인해 갑작스럽게 촬영 일정을 잡아 규현 자리가 비게 됐을 때도, ‘라디오스타’에서는 위너 강승윤을 스페셜MC로 대체해 4MC 포맷을 유지했다.
정통을 이어온 토크 예능프로그램은 사실상 ‘라디오스타’가 유일한 상황. 여기에 작가들의 정보 수집력, 참신한 CG 등이 더해져 ‘라디오스타’만의 특색을 다져왔다. 시청자들에게나 출연자들에나 귀한 프로그램임에 틀림없는 것. ‘라디오스타’가 현재의 입지를 다지기까지 MC들의 활약이 눈부셨던 만큼, 이번에도 프로그램의 색을 살릴 수 있는 MC 기용을 전망하는 이들이 많다. ‘규현 하차’라는 위기 앞에서 새 MC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