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 간판/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선 대리점에 판매해야 할 스마트폰 수량을 정해주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과도한 페널티를 부과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한 이동통신사를 조사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가맹점주 등 자영업자들에 대한 본사 갑질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공정위가 이 사안을 어떻게 처분할지 주목된다.24일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본사의 무리한 실적 요구치를 충족하지 못해 사실상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이통사 대리점주들의 신고를 접수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스마트폰 유통점은 크게 대리점과 판매점으로 나뉜다. 판매점은 이통 3사 단말을 모두 취급하는 반면 대리점은 특정 이통사 단말만 취급한다. 이통사는 보통 대규모 대리점을 직영하면서 주변의 소규모 대리점 여러 곳을 직간접적으로 관리한다. 작은 대리점들은 소사장 대리점 또는 위탁 대리점 등으로 불린다.
피해자들은 대개 판매점을 위탁 대리점으로 전환해 운영하던 영세 자영업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 강서 지역에서 스마트폰 판매점을 운영해온 A씨는 지난 2015년 7월 특정 이통사 직영 대리점과 계약을 체결하고 기존 판매점을 위탁 대리점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이통사와 직영 대리점은 위탁 대리점의 인테리어 비용을 반반씩 지원하면서 A씨에게 매달 50대 이상 스마트폰을 판매할 것을 요구했다. 판매 할당량을 하달한 일종의 ‘스마트폰 밀어내기’였다.
그러나 A씨가 실적 부진을 겪자 직영 대리점 측은 지난해 4∼6월 석 달 연속으로 반드시 매달 50대 이상 스마트폰을 판매하라고 요구했고, 이를 지키지 못하자 7,800만원에 달하는 인테리어 비용을 환수하려 했다. A씨는 애초 인테리어 비용의 액수를 듣거나 견적을 받지 못했고, 100㎡ 정도 크기의 매장을 간단히 재단장하는 데 8,0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이 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버텼다. A씨는 이통사가 스마트폰 판매 장려금(리베이트)을 기기변경보다 번호이동에 훨씬 많이 책정했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후 침체한 시장에서 매달 50대 개통을 유치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통장 압류 등 직영 대리점 측의 채권 추심을 견디지 못해 공정위에 신고했다.
해당 이통사는 이에 대해 직영 대리점과 위탁 대리점 간의 계약에 따른 분쟁일 뿐 본사 방침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유통 채널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책임을 일부 인정하더라도 법적인 책임은 없다는 것이다. 업계는 위탁 대리점의 판매 할당량을 직영 대리점이 아닌 이통사 본사가 정하도록 계약서에 명시된 점, 비슷한 분쟁이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특정 대리점 간의 분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일정 수량 이상 판매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일정 수량에 미치지 못했다고 심한 페널티를 주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이통사 대리점주들의 신고를 접수한 공정위는 직영 대리점의 위법 여부와 이통사 본사의 개입 여부 등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신고 내용만 봤을 때 보통 사안이 아닌 것으로 판단되나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이른 시일 안에 검토해서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