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개설된 개인계좌 중 1년 이상 입출금거래가 없거나 만기 후 1년 이상 방치된 계좌가 1억2,000만개에 육박하고 잔고는 17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미사용 계좌는 소비자의 재산 손실이나 은행의 계좌관리 비용 유발 측면에서도 문제지만 최근 급증한 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에 노출 될 우려가 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과 함께 미사용계좌 정리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31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해 말 기준으로 국내 16개 은행에 개설된 개인 계좌는 총2억5,900만개, 잔액은 695조1,000억원이다. 이 중 1년 이상 입출금거래가 없거나 만기 후 1년 이상 경과 된 미사용 계좌는 1억1,900만개, 잔액은 17조4,000억으로 파악됐다. 미사용 계좌의 97.4%(1억1,600만개)는 잔액이 50만원 미만인 소액 계좌였지만 잔액이 100만원이 넘는 계좌도 230만개에 달했다. 계좌주가 과거 거래은행에 남아있는 미사용계좌 존재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금융회사의 만기 안내 통보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계좌주가 사망한 이후 상속인이 이를 모른 채 방치한 사례도 있었다.

미사용 계좌 방치가 초래하는 가장 큰 문제는 금융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방치된 미사용계좌는 대포통장으로 악용돼 피해자 양산 및 계좌주를 금융범죄에 연루시킬 개연성이 있다”며 “시중 은행과 함께 미사용 계좌 보유 소비자에게 해당 사실을 개별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