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절반 이상 비정규직…정규직 전환 기준도 모호해 진통 예상

[ 권오준 회장 "사내 하청 근로자 정규직 전환 검토"]
유지 보수 대부분 비정규직이지만
조업 관련 직무로 봐야할 지는 애매
구체적 직접고용 방식·대상 못 정해
"정부, 업종 특성 고려해줬으면" 토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사내 하청 근로자에 대한 직접 고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함에 따라 포스코 내부는 물론 동종 업계의 정규직 전환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일 정부의 ‘일자리 100일 계획’에 담긴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제’가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규직 전환 대상이 너무 많고 기준 범위도 모호해 최종 결정시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포스코 제철소 인력 2명 중 1명꼴 비정규직=포스코는 3월 말 현재 총 1만6,649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기간제 근로자는 1.8%에 불과한 304명이다. 하지만 사내 하도급 인원까지 포함한 제철소 전체 인력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비율을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고용노동부가 파악한 2016년 3월 기준 포스코의 사내 하도급 등 소속 외 직원은 1만8,247명으로, 전체 제철소 근무 인원 3만5,263명의 54.8%(포스코 소속 비정규직 포함)에 이른다. ‘비정규직’ 개념에 대한 이견이 있지만 포스코 소속이 아닌 하청 소속 정규직 직원까지 비정규직에 포함한다면 포항과 광양 제철소 근무 인원의 절반은 포스코 소속이 아니라는 의미다.

포스코의 사내 하도급 포함 비정규직 비율은 여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고로(高爐·용광로)와 철 스크랩 등 대형 설비와 자재를 다루고 이들 설비에 대한 유지 보수, 관리 인원이 많이 필요한 철강업종 특성 때문이다. 포스코는 고로를 운영하는 핵심 인력은 직접 고용하고 있지만 유지 보수와 관련된 업무는 상당 부분 하청 업체를 통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조업 흐름에 직간접적으로 연관 있고 일자리위원회가 정한 상시·지속, 생명·안전 관련 업무를 하는 하청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직접 고용에 나설 것으로 본다. 다만 조업 관련 직무 범위에 대해서는 모호한 측면이 있어 최종 기준을 정하는 데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직접 고용을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대상으로 추진할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 정규직 전환 속도 당겨질 듯=포스코에서 사내 하청 근로자들에 대한 직접 고용 이슈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 때문만은 아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근무하는 사내 하청 근로자 15명은 2011년 사측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제철소에서 크레인을 이용해 코일을 운반하고 철 스크랩을 처리하는 하청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업무가 원청인 포스코의 사업 일부에 들어가니 정규직으로 전환해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1심에서는 포스코가 이겼지만 2심은 하청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주며 ‘불법 파견’을 인정했다. 사내 하청 근로자에 대한 지위 전환을 해줘야 할 처지에 놓인 포스코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 정책과 맞물려 포스코가 대법원 판결 전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 포스코와 유사한 소송을 벌였던 현대차는 2015년까지 사내 하청 근로자 4,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채용했고 올해 말까지 2,000여명을 추가 전환할 예정이다.

◇직접고용 철강업종 확대될까…‘모호한 기준’ 벽=포스코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철강업계 전반의 정규직 전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진에 3개 고로를 운영하고 있는 현대제철도 전체 제철소 근무 인원 대비 비정규직 비율이 50.2%로 높다. 동국제강은 국내에 고로가 없는데도 이 비율이 37.3%다. 비정규직 대부분이 조강 설비 유지 보수 인력들이다.

하지만 철강업계는 어디까지를 상시·지속, 생명·안전 업무로 봐야 할지 애매하다는 입장이다. 또 현대차처럼 같은 업무를 하는데도 고용 형태가 달라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에 위배되는 사례가 철강업종에는 많지 않다고 주장한다. 권오준 회장도 “정부 방침이 확실히 나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다”면서 “비정규직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부터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개별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야 하는데 세부적인 기준 없이 큰 원칙만 제시하다 보니 난감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한재영·김우보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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