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사진) CJ그룹 회장은 지난 5월 경영에 복귀하면서 “미완의 사업들을 본궤도에 올려놓겠다”며 2020년까지 36조원을 투자해 ‘그레이트 CJ’를 달성하겠다”고 비전을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대규모 투자의 첫 윤관이 드러났다. HMR(가정간편식) 등 가공식품과 글로벌 소재사업에 9,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CJ제일제당은 12일 국내외 식품·소재 등 주력사업 확대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9,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이후 처음으로 내놓은 대규모 투자계획이다. 9,000억원은 국내 최대 규모의 최첨단 식품생산기지 건설과 글로벌 1위 식물성 고단백 사료 원료 업체 인수에 사용된다.
먼저 CJ제일제당은 2020년까지 충북 진천에 5,4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가공식품 공장을 만든다.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세계 최고 수준의 식품 통합생산기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며 완공 후에는 연간 생산액이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8월 착공해 내년 10월 본격 가동 예정인 이 공장은 진천 송두산업단지 내 축구장 46개 넓이에 해당하는 약 33만㎡(10만평) 규모로 건설된다.
회사 관계자는 “새로운 통합생산기지는 미래 성장 품목인 HMR을 중심으로 가공식품의 연구개발(R&D) 및 제조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며 “중장기 미래사업 발굴 및 기술 개발의 메카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고 밝혔다.
글로벌 인수·합병(M&A)도 나섰다. CJ제일제당은 식물성 고단백 사료 원료 업체인 브라질 셀렉타(Selecta)사를 3,600억원에 인수한다. 식물성 고단백 사료 원료는 발효대두박과 농축대두단백 양대 축으로 구성돼 있다. 셀렉타는 농축대두단백을 생산하는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은 4,000억원 규모이고 영업이익은 550억원을 기록했다. 37개국 글로벌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고 주원료인 대두 주산지에 위치해 물류 경쟁력도 갖췄다.
지난해 말 베트남에 첫 해외 발효대두박 공장을 건설하는 등 발효대두박 사업에 집중해 온 CJ제일제당은 셀렉타 인수로 농축대두단백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동시에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바이오, 생물자원 등 기존 CJ제일제당사업과의 시너지도 창출할 수 있는 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과거 사료 시장을 잡고 있던 동물성 사료의 경우 안전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최근에는 식물성 단백질 사료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추세”라며 “전세계 식물성 고단백 소재 사료 시장은 1조6,000억원대 규모로, 최근 5년간 연평균 7% 증가하며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부회장)는 “이번 투자는 이재현 회장의 사업보국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우리의 핵심경쟁력인 식품가공 기술과 생명공학 기술로 식품, 생명공학 분야의 글로벌 넘버원을 향한 도약의 첫 걸음”이라며 “지속적으로 온리원 기술 기반의 사업 영역을 확대해 2020년 그레이트 CJ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달 17일 이재현 회장의 복귀를 기점으로 CJ의 대규모 투자 및 공격적인 M&A 행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업문화혁신 방안과 직원 복지 강화안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CJ프레시웨이 베트남 물류센터 착공 및 K-컬처밸리 프로젝트 재가동, 러시아 냉동식품업체 인수 등 굵직한 사업 결단이 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