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4년 전 국내에서 처음 항공기에 개별 투자한 것을 마지막으로 항공기 직접 투자를 하지 않는다. 대신 항공기 여러 대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해외 운용사의 블라인드 펀드에 돈을 맡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4년 전만 해도 항공기 투자에 직접 들어가 수익이 좋았지만 지금은 과열됐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민연금은 직접투자가 아닌 글로벌 리스사 BBAM이 운용하는 항공기펀드에 2억달러를 투자했다. 한국투자공사 역시 글로벌 항공기펀드 운용사인 캐슬레이크(Castlelake)의 블라인드 펀드에 투자했다. 앞서 캐슬레이크가 조성한 항공기 펀드에 행정공제회와 과학기술인공제회도 각각 300억~600억원을 투자했다. 경찰공제회 역시 항공기든 발전소든 개별 프로젝트에 직접 하지 않고 전문 운용사에 맡겨 여러 건에 분산 투자하는 방침을 세웠다. 기관투자가 사이에서는 현재 시장에서 거래 중인 항공기들이 지난해 국내의 한 대형 기관투자가가 한꺼번에 투자를 추진하다 무산된 물건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꺼리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증권사는 개인투자자를 겨냥한 항공기 투자 공모 펀드를 하반기 출시한 후 재매각(셀다운)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할 예정이다.
지난해 유행처럼 번지던 미국이나 영국의 주요 도심 한복판에 있는 대형 건물 매수도 기관투자가에게는 시들해지고 있다. 교직원공제회는 3년 전부터 해외 부동산 단독 지분투자를 중단했고 2년간 투자하지 않을 방침이다. 현재는 부동산 담보대출만 진행하며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55~65%로 안정적인 구조로 보수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은 이미 오를 대로 올랐고 금리는 바닥을 쳤기 때문에 굳이 부동산에 지분 투자할 필요가 없다”면서 “부동산 쇼크가 온 후 지분이 시장에 나오면 사면된다”고 말했다. 행정공제회도 부동산에 대해서는 선순위 담보대출만 취급하며 보수적으로 운용한다.
기관투자가들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의 대체투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형 기관투자가가 직접 투자하며 연 7~8% 수익률이던 자산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경쟁적으로 자금을 주선하면서 수익률은 5~6%대로 떨어지고 투자 자산의 질은 나빠졌기 때문이다. 한 기관투자가는 “미국 도심의 수익률 좋은 건물은 아시아 투자자에게 기회가 오지도 않는다”면서 “지금 경쟁적으로 출시되는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의 투자처 중 일부는 현지에서 안 팔린 부동산을 국내 증권사가 출혈 경쟁을 벌여 사들인 건물”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사는 인수한 해외 부동산의 매입대금을 일부는 차입금으로 갚고 나머지 지분을 기관투자가나 개인투자자에게 재매각(셀다운)하는 방식을 취한다. 특히 지난해 개인투자자를 위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가 가능해지면서 개인투자자가 수백만~수천만원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를 출시해 물량을 소화하기도 했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입장에서 해외 부동산의 질이 떨어지더라도 개인에 공모로 팔면 공시 등 각종 절차만 통과하면 수수료 결정권한이 크다는 장점이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호주 캔버라 연방정부 교육부 청사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호주부동산공모펀드(1,410억원)’, 한국투자증권이 미국 워싱턴 미국항공우주국 본사 빌딩에 투자하는 ‘하나나사부동산투자신탁1호(900억원)’ 등은 올해 3월 출시되자마자 완판됐다. 증권사 관계자는 “위험한 재개발·재건축 투자가 많았던 국내 부동산 펀드와 달리 해외 부동산 펀드는 리모델링 필요가 없고 글로벌 운용사가 검증한 도심 업무 지역의 대형 건물에 투자하는 것이어서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금리 인상기에 해외 부동산 투자는 위험할 수 있다. 해외 부동산 펀드의 대다수는 환헤지(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 축소)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만기 때 달러가치가 오르면 그만큼 손실로 돌아온다. 5년 이상 만기까지 돈을 묶어 둬야 하고 상장된 공모펀드여서 만기 전 거래가 가능하더라도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