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감이 생기잖아요. 전문직은 아니지만 명백한 정규직 증권맨입니다.” “책임의식이 높아져요. 용역 형태로 근무하던 전 직장과는 천지 차이죠.”
대신증권 운전직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지난 1975년 중보증권을 인수해 출범한 후 대신증권은 운전직을 100% 정규직으로 두고 있다. 새 정부의 핵심 정책인 비정규직 해소 기조에 따른 특별한 움직임도 아니다. 창업주인 고(故) 양재봉 대신그룹 회장의 고용철학이고 ‘전통’이다.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한 가족’이라는 양 회장의 철학은 노사를 ‘동업자’로 묶었고 증권사 가운데 대신증권에 장기근속 직원이 많은 결과를 낳기도 했다.
증권맨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깔끔한 슈트 차림에 고객을 만나 자산을 관리하는 리테일·홀세일 직원, 대형 거래를 성사시켜 해외 유명 랜드마크 빌딩을 인수하기도 하는 투자은행(IB) 부문, 시장을 예리하게 분석해내는 애널리스트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전문성이 높은 고액연봉 전문계약직으로 높은 연봉과 몸값에 따라 이직도 잦아보니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을 선호한다. 새 정부의 비정규직 해소 방침이 남의 일로만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 사이를 매일 오가며 청소하는 청소근로자,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일정에 맞춰 움직이는 운전기사 등 같은 공간에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을 증권맨으로 보지는 않는다. 고용 형태도 대부분 파견근로자 형태로 용역계약을 맺는 식이다. 증권사가 임차하는 건물일 경우 해당 건물의 소유주가 용역업체와 계약을 통해 청소노동자를 고용하고 운전기사는 그나마 4대보험과 퇴직금 지급이 되는 계약직 형태도 있지만 증권사 소속이라는 정체성을 찾기 어렵다.
김규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동일 업무’와 ‘동일 임금’이라는 원칙에서 출발하지만 증권업은 계약직과 정규직의 업무가 동일하지 않아 이를 비켜간다”면서도 “증권사도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상시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간접고용 형태를 벗어나려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신증권이 운전직 직원을 창업 이후 42년 동안 정규직 직원으로 고용한 어쩌면 당연한 일이 화제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