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식을 마친 후 차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 정부 구성을 상반기 중 마무리 짓고 협치를 바탕으로 국정을 조기에 안정시킬 것입니다.”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달 10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가 기자에게 장담했던 이야기다. ‘아마추어’ 낙인이 찍혔던 참여정부 때와 달리 관록 있는 정치력과 신속한 정책기획력을 발휘해 ‘유능한 정부’의 면모를 보여주겠다고 그는 낙관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한 달을 훌쩍 넘긴 현재의 상황은 이 같은 낙관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주요 인사는 검증의 덫에 걸려 6월 내 마무리가 사실상 어렵게 됐고 국정 안정의 전제가 됐던 협치는 점점 멀어지는 분위기다.
당장 청와대만 해도 온통 인선 구멍투성이다. 경제정책을 조율해야 할 경제수석 자리가 한 달여 넘게 비어 있다. 시장과는 견제 및 균형 관계에 있어야 하는 김수현 사회수석이 한동안 경제수석 역할까지 대신 맡는 모순된 모습이 연출되다가 최근에는 김현철 경제보좌관이 일시적으로 경제수석 대타 역할을 맡는 돌려막기식 임시방편 인사가 지속되고 있다. 새 정부는 고용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이를 전담할 청와대 일자리수석의 향방은 기존 내정자의 석연치 않은 낙마로 오리무중인 상태가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전국 시도지사를 만나 지방으로의 분권 등을 약속했지만 정작 자치분권비서관과 균형발전비서관 자리는 비어 있다. 한미·한미일·한중·한러 정상회담 등을 줄줄이 앞두고 있는데 대외정책 최대 현안인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풀 통상보좌관의 조기 인선도 난망하다.
오는 7월 초·중순에 주요 정부 구성이 마무리된다고 해도 문 대통령이 내치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7월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주요 외교 일정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를 넘기고 나면 7~8월 휴가 시즌에 접어들기 때문에 국회가 민생법안 등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기도 난망하다. 그 이후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국내 배치의 국회 인준 문제를 놓고 여야 정면대결 양상이 불가피해 국회 협치는 더 어렵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국정 지뢰밭을 헤치고 가려면 집권 첫해에는 개혁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두며 국정 안착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쟁점이 적은 민생법안, 예산 이슈를 중심으로 야권을 설득해 국회와의 협치를 이뤄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권 내 일각에서는 국민의당 등 야당에 장관직을 제의해 ‘소연정’ 형태로라도 협치를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