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취제 등에 쓰이는 암모늄 화합물이 동물의 태아기형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탈취제나 살균소독제, 개인위생용품에 흔히 쓰이는 화학물질이 동물실험 결과 태아 기형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버지니아공대 생체의학과 및 병리생물학부 교수 테리 흐루백 박사팀은 쥐를 대상으로 일명 ‘4급 암모늄 화합물들’(QACs)의 독성을 실험했다. QACs는 살균, 탈취, 정전기 방지 효과로 가정용 청소소독 제품, 세제, 섬유유연제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며 샴푸, 컨디셔너와 같은 개인 위생용품에도 보존료로 첨가된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나 페브리지 같은 탈취제에도 QACs에 속하는 화학물질이 들어있다.
흐루벡 교수팀은 개별 QACs 물질의 독성은 제한적인 편이나 시판 제품엔 2종 이상의 QACs가 포함돼 있는 경우가 많고 통상 2종 이상의 QACs가 혼합될 경우 상승작용으로 독성이 훨씬 증가한다고 전했다.
흐루벡 교수팀은 QACs 중에서도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디데실디메틸 염화암모늄(DDAC)과 알킬디메틸 벤질 염화암모늄(ADBAC) 두 성분의 혼합물이 실험용 생쥐와 큰 쥐에게 주는 영향을 실험 관찰했다. DDAC와 ADBAC를 식사에 타서 주거나, 삽입관으로 위에 직접 주입하거나, 우리를 이 혼합물로 청소해서 잔류물을 피부접촉 및 호흡을 통해서 흡수토록 하는 등 3가지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임신 10일과 18일째, 각각 쥐의 태아 배아를 살펴본 결과 ‘뼈 기형을 비롯해 총체적인 기형들’이 나타났다. DDAC와 ADBAC 노출이 증가할수록 쥐 태아 신경관 손상이 늘었다. 신경관손상은 임신 첫 달 발생하며 태아의 뇌, 척수, 척추 등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수컷과 암컷 중 한쪽이라도 DDAC와 ADBAC에 과다하게 노출되어도 태아 쥐의 기형이 나타났다. 노출을 중단한 뒤에도 2대 자손에까지 악영향은 계속됐다. 노출량이 늘수록 태아의 기형과 임신 후기 태아 사망도 증가했다.
특히 먹이에 타 주거나 삽입관으로 주입한 경우보다 주변환경을 통해 접촉시키는 방식으로 노출된 쥐들에게서 이 같은 악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이는 인간이 평소 QACs가 함유된 살균소독·탈취제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환경이다.
앞선 연구들에선 DDAC와 ADBAC가 실험용 쥐의 정자 생산이나 배란 등 생식 능력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흐루벡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가정, 병원, 공공장소, 수영장 등에서 흔히 쓰이고 많은 사람이 자주 노출되는 이 물질들의 독성이 인간에게도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라며 “우선 QACs 함유 제품에 늘 노출되는 병원, 식당 등의 종업원 등을 대상으로 기형아 임신이나 사산 등의 비율을 역학 조사하는 등 추가 연구를 통해 QACs가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흐루벡 교수팀의 실험결과는 학술지 ‘선천기형연구’(BDR) 최신호에 발표됐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