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행복한 100세시대] 노후준비 지름길

일찍 출발해 쉼없이 걷는게 확실한 방법
은퇴 10년 앞두고 시작땐 원금 부담 증가



서동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
산 너머 반대편까지 가는 길은 산을 둘러 가는 길과 질러 가는 길, 크게 두 가지다. 둘러 가는 길은 비록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비교적 평탄하고 안전하다. 반면 질러 가는 길은 통상 목적지까지 더 빨리 도착하는 지름길이지만, 대부분 험난하고 위험하다. 계곡을 가로지르기도 하고 절벽을 아슬아슬하게 빗겨 가기도 하며, 옛날 같으면 호랑이 같은 무서운 산짐승을 맞닥뜨릴 수도 있는 길이 지름길이다. 그럼에도 굳이 지름길을 이용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빨리 가기 위해서다. 늦게 출발했기 때문에 지체된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위험과 힘겨움을 무릅쓰고 지름길을 이용하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목숨까지 담보하며 험난한 길을 이용할 이유는 없다.


100세시대 노후를 준비하는 방법도 크게 두 가지다. 산을 둘러 가는 것처럼 시간적으로 오래 준비하는 것과 지름길을 이용하듯 짧은 시간에 후딱 끝내는 것. 말이 좋아 지름길이지 실상은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그 길에 들어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용케 지름길을 이용해 산 너머 노후준비라는 목적지에 도착하면 다행이지만, 중간에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산을 넘기 전 해가 져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일찍 출발’하는 것이다. 일찍 출발해서 좋은 길만 골라 가면 그만이다. 노후준비라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역시 일찍 시작하는 것이다. 각 종 연금을 봇짐에 든든하게 챙겨 넣고 한 걸음 한 걸음씩 우직하게 걸어가는 것이 결국 노후준비의 첩경이다. 노후자금 1억원을 모은다고 가정했을 때 경제활동을 시작하자마자 30년 동안 모으려면 연 이율 2%로 매년 242만원을 저축하면 가능하다. 매월 20만원 정도 되는 금액이다.

그렇지 않고 은퇴를 앞두고 10년만에 모으려면 매년 얼마가 필요할까? 기간이 1/3로 줄었으니 금액은 거꾸로 3배를 저축하면 가능할까? 아니다. 매년 896만원을 저축해야 한다. 매월 75만원으로 3배를 훌쩍 넘는 큰 금액이다. 원금만 따지면 30년 동안의 투자원금은 7,260만원이지만, 10년 동안의 투자원금은 8,960만원에 이른다. 똑 같은 금액을 모으는 것이지만 시간차이 때문에 투자해야 하는 원금의 규모가 달라지는 것이다. 시간이 많이 투자될 경우 훨씬 적은 돈으로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은퇴 직전이라고 해서 없던 돈이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니고, 상황은 젊은 시절보다 오히려 더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런데 투자해야 하는 원금은 정작 더 많다. 결국 어려울수록 뒤로 미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찍 시작하는 것만이 보다 적은 돈으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늦게 출발해서 산을 질러 가려다 중도에 해는 지고 길을 잃고 헤맬 수 있다. 노후준비의 가장 확실한 지름길은 딱 하나다. 해 뜰 때부터 시작해서 해질 녘까지 쉼없이 꾸준히 걸어야 한다. 30년 동안 길을 가는 것은 조금 지루할 수 있지만 10년만에 가는 길보다 훨씬 안전하고 훨씬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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