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전이 한창이던 지난 4월. 한 방송사의 TV 토론회에서 지지율 1위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2위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4차 산업혁명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4차 산업혁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두 후보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 문제는 누가 주도해야 하느냐는 것. 문 후보는 정부 주도, 안 후보는 민간 주도라는 입장으로 팽팽히 맞섰다.
사실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주체가 누가 될 것이냐는 중요한 문제였다. 주제별로 불과 몇분씩 배정된 TV 토론으로 결정될 일은 아니었다. 토론은 이뤄지지 않았고 두 후보의 발언은 서로 겉돌았다. 당선권 밖이었지만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기술이나 경제적 관점에서만이 아닌 사람의 관점에서 접근해 오히려 눈길을 끌었다. 다른 후보들과 달리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노동 소외와 부의 불평등, 분배의 문제까지 거론했다.
대선은 문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개인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실체가 있느냐 없느냐는 논란을 떠나 새 정부가 추구할 국정과제로 어떻게 구체화될지 관심이 컸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오는 8월 출범한다. 대통령 직속이지만 위원장을 민간에 맡긴다고 한다. 위원장의 지위를 총리급으로 하고 다른 위원회와 달리 실무 지원을 위한 사무처도 둔다. 위원회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웬만한 부처를 뛰어넘는 위상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을 풀어낼 칼자루를 민간에 맡기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얽히고설켜 있어 누구도 풀기 어려운 난제를 단칼에 두 쪽으로 끊어낸 알렉산드로스대왕의 고사에서 유래했다. 4차 산업혁명은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대전환기의 핵심 이슈다. 대통령이나 정부관료보다 민간 전문가가 맡는 것이 맞다. 그러나 민간이 위원장을 맡는다고 해 4차 산업혁명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서는 필패다. 역대 정부가 그랬듯이 경제 성장의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위원회가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는 도그마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무엇보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민간이 창의를 발휘하고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드는 서포팅타워가 돼야 한다. 그래서 위원장을 어떤 인물로 선택할 것인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원장의 첫 역할은 4차 산업혁명의 걸림돌이 될 규제부터 풀어내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클라우드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의 데이터 개방 폭을 넓혀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비식별화된 정보는 사후동의로 바꾸는 등 규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mckid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