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파업 현장은] 급식대란 없었지만..."국민 공감 얻고 파업했으면"

일부 학교 '삼겹살 요리' 체험학습
광화문 인파엔 시민반응 엇갈려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된 30일 서울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삼겹살을 구워 먹고 있다. /연합뉴스
초·중·고교, 대학, 병원 등에서 일하는 5만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광화문으로 모였지만 병원 등 현장에서는 큰 혼란은 없었다. 가장 우려했던 병원의 경우 이번 총파업 참여자가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등에 소속한 청소근로자 200명 수준에 불과했다. 다만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조가 이틀 연속 파업에 참여하면서 각급 학교에서는 도시락과 배달 음식 주문이 크게 늘었고 심지어 학교 안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경기도 안성시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도시락을 주문하기로 결정했는데 업체가 많지 않다 보니 학생들 대다수가 편의점 도시락이나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했다”며 “학생들이 큰 불만 없이 낯선 상황을 잘 받아 들여줘 다행”이라고 전했다. 서울 시내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급식 중단 사태를 삼겹살 등 직접 요리를 해보는 체험 학습으로 활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교육부는 이날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총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된 학교가 전날 2,005곳에서 2,158곳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파업 참가자 수는 1만7,400명으로 추산했다.

급식중단율이 90%를 육박하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파업 참가 열기를 보여준 세종시에서는 지역 도시락 업체들이 예상 밖의 주문 폭주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세종시의 한 도시락업체 관계자는 “어제오늘 주문이 폭주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며 “평소보다 주문이 3배 늘어 재료가 일찌감치 바닥났다”고 말했다.

광화문에 대낮부터 쏟아진 인파에 시민들은 상반된 의견을 나타냈다. 광화문 인근 직장에 다니는 이정수(44)씨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다시 광화문광장에 모인 것을 보니 그동안 이분들이 많이 힘들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여론이 모여 촛불혁명을 완성한 것처럼 국민의 공감을 얻고 파업을 시작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직장인 최윤정(46)씨는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으면 그 혜택이 결국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능현·박진용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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