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훈 우승 가로막은 '야속한 비'

PGA 퀴큰론스 내셔널 최종
16번홀서 기습 폭우… 버디 놓쳐
4언더 공동 5위로 대회 마무리

6번홀에서 아이언 샷을 하는 강성훈. /올림피아필즈=AP연합뉴스


선두를 1타 차로 추격하던 강성훈(30)이 16번홀(파4)에서 1m 남짓한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퍼트를 하려는 순간 거짓말처럼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맑았던 날씨에 우산도 없었다. 순식간에 흠뻑 젖은 채로 친 퍼트는 들어가지 않았고 공동 선두로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던 강성훈은 온몸으로 아쉬움을 표했다. 꿈에 그리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첫 우승이 다시 미뤄진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강성훈이 미국 PGA 투어 퀴큰론스 내셔널(총상금 710만달러)에서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공동 5위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포토맥TPC(파70·7,139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를 묶어 이븐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4언더파 276타를 기록한 그는 우승을 차지한 카일 스탠리(30·미국·7언더파)에게 3타 뒤졌다.


지난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강성훈은 공동 4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했다. 전반을 버디 2개로 마쳐 PGA 투어 데뷔 6년여만의 첫 우승 기대감을 부풀렸다. 코스를 짧게 세팅한 14번홀(파4)에서는 티샷을 그린에 올린 뒤 2퍼트로 가볍게 버디를 잡아 공동 선두에 합류했다. 15번홀(파4)에서 러프에서 친 두 번째 샷이 그린에 못 미치면서 1타를 잃은 그는 이어진 16번홀에서 찬스를 만들며 기세를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하필 다시 공동 선두로 올라설 기회에서 기습적으로 내린 야속한 비에 발목을 잡혔다. 잠시 경기가 중단됐다 재개된 17번홀(파3)에서는 버디를 놓친 실망감에다 리듬도 깨지면서 티샷을 물에 빠뜨렸다. 2타를 잃은 그는 우승권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경기 후 강성훈은 “온종일 비 내릴 확률이 0%였고 5분 정도 내리다 그칠 것으로 생각했지만 너무 많이 쏟아졌다.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우승은 놓쳤지만 이번 대회 성적에 힘입어 오는 20일 개막하는 메이저대회 브리티시 오픈 출전권을 확보한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4월 휴스턴 오픈에서 개인 최고 성적인 2위를 차지했던 강성훈의 시즌 세 번째 톱10 입상이었다. 21만여달러(약 2억4,000만원)의 적잖은 상금도 챙겨 시즌상금 36위(181만달러)로 올라섰다.

스탠리는 찰스 하웰 3세(미국)와의 첫 번째 연장전에서 파를 지켜내 2012년 2월 피닉스 오픈 이후 4년여 만에 통산 2승째를 거뒀다. 우승상금은 127만8,000달러(약 14억6,000만원). 2007년 닛산 오픈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하웰 3세는 10년여 만의 승수 추가가 무산됐다. 이번 대회 출전자 중 세계랭킹이 가장 높았던 리키 파울러(미국·9위)는 공동 3위(5언더파), 안병훈(26·CJ오쇼핑)은 공동 29위(1오버파)로 대회를 마쳤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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