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개통된 채권퉁은 중국·홍콩의 채권을 상호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해 외국인 채권 투자가들이 복잡한 투자자격 획득 없이 각국의 증권사를 통해 홍콩 거래소와 연결된 상하이 거래소 채권시장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동안은 투자자격을 부여받은 일부 대형 기관만 투자가 가능했던 빗장을 풀어 외국인 투자자금을 끌어들이겠다고 중국 금융 당국은 계획하고 있다.
중국 채권시장이 열리면서 국내 기관 투자가들도 포트폴리오 전략의 하나로 중국 채권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 조정했지만 여전히 A1 등급으로 올 들어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투자 매력이 커진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투자 메리트가 높기 때문이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저금리 기조에서 중국의 금리 레벨이 다른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며 “채권시장의 본격적인 개방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글로벌 3대 채권지수가 중국 채권 편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초 블룸버그·씨티 등이 채권지수에 중국 채권을 편입했다. 이번 채권시장 개방으로 연간 약 1,000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위안화 변동성이 높은 탓에 환헤지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 자국 내 신용평가사로부터 AAA등급을 받은 중국 기업 중 약 57%가 글로벌 기준 A- 등급에도 미치지 못해 신용평가 시스템의 신뢰도가 낮은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시장에서는 이런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하고 있다. 특히 국유기업은 물론 일반기업의 회사채도 디폴트 우려가 고조된 상태이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김태형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업종, 중앙·지방 구분에 따른 정부의 지원 가능성 차별화로 회사채 내 신용등급 재조정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신용 위험이 낮은 금융채에 대한 우선적 접근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중국 내 금융채는 거래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 유동성이 높다. 채권퉁이 시행되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거래대금 규모가 크고 회전율이 높은 금융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금융채 중에서도 특히 3대 정책은행(중국개발은행·중국수출입은행·중국농업개발은행)이 상업은행에 비해 투자 매력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특수은행에 해당하는 정책은행은 주로 국가의 주요 인프라 투자 및 기간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목적으로 운영되며 정부가 100% 지분을 보유한다. 상대적으로 글로벌 신용등급도 높다. 김 연구원은 “정책은행은 정부 지분이 높아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크다”며 “상업은행 대비 자체적 채무 상환 능력은 낮지만 글로벌 신용등급과 낮은 금리 등은 정부의 암묵적인 지원 가능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채권퉁 시행이 국내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국 채권시장에서 역외 투자자 비중은 1.9%로 낮은 수준”이라며 “글로벌 채권지수 인덱스에 중국 채권이 포함될 경우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들이 중국으로 옮겨갈 우려가 있지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