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방한한 토머스 비저 유럽금융위원회·유로실무그룹 의장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초청 특별 강연회 ‘브렉시트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유럽의 도전’에 참석해 강연을 하고 있다. /서울경제
유로존 국가들의 금융·재정정책 조율을 책임지는 유럽금융위원회·유로실무그룹의 토머스 비저 의장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은 오늘날 많은 시민들이 기득권에 느끼는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며 “세계화와 자유무역, 기술 발전의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가는 포용적 성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 성장 결과의 공정한 분배에 초점을 맞추는 ‘포용적 성장’은 최근 들어 세계 경제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개념이다.비저 의장은 5일 아침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세계경제연구원의 초청을 받아 ‘브렉시트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유럽의 도전’을 주제로 연 특별 강연회에서 “세계화와 자유무역, 기술 발전은 그로 인해 득을 보는 사람들이 손실을 보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할 때에만 사회 전체와 인류의 복지를 증진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저 의장은 지난해에 있었던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에 대해 “지금 우리가 ‘불만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상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 두 문제는 세계화에 따른 일자리의 상실, 이민 문제, 금융 불안 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면서 “세계화와 자유무역은 전 인류에 도움이 되는 발전이지만, 오늘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소외되면서 세계화와 기득권에 갖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성장의 과실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비저 의장은 무엇보다 ‘포용적 성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화와 자유무역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들, 국가들이 국내에서도 국제 사회에서도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면서 “다자주의에 대한 불만이 정치적 불확실성, 포퓰리즘으로 표출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각국의 협력을 강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희망적인 전망을 내놨다.
2000년대 들어 논의되기 시작한 ‘포용적 성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는 세계 주요국 지도자들이 재차 그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더 부각됐다. 올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앞서 G20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2일(현지시간) “우리가 어떻게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을지가 G20 정상회의의 중심 논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포용적 성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추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세계 석학을 초청해 개최한 ‘2017년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포용적 성장’을 핵심 주제로 꼽으면서 “성장과 더불어 그 혜택이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