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송민지 씨는 얼마 전 아이와 기차를 타고 가다 이동통신 데이터가 부족해 애를 먹었다. 1GB 용량의 동영상이 저장돼 있던 ‘주니어 네이버’의 다운로드 콘텐츠가 사라지고 스트리밍 형태로만 동영상 재생이 가능했던 탓이다. 송 씨는 “기차 안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아이에게 동요 동영상을 자주 보여주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데이터 부담 때문에 포기해야 한다”며 “기차 안에서 아이를 위해 쓴 데이터만 해도 1GB에 달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변형석 씨는 얼마 전부터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는 외부에서는 페이스북을 이용하지 않는다. 지인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 콘텐츠가 늘어난 데다 동영상 광고까지 빈번하게 올라와 데이터 부담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변 씨를 포함한 젊은 층 사이에서는 동영상 콘텐츠를 자주 올리는 지인을 ‘친구’ 목록에서 정리하거나 ‘팔로잉’을 하지 않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한다.
콘텐츠 제공 업체들이 동영상 서비스를 강화하거나 스트리밍 중심으로 서비스를 개편하면서 이용자들의 데이터 부담이 부쩍 늘고 있다. ‘동영상 콘텐츠를 안 보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이 나오지만, 동영상 중심으로 모바일 생태계가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기존 요금제 개편이나 데이터 전송 기술 개선 등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털을 중심으로 동영상 서비스에 힘을 모으며 급변하는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동영상 콘텐츠를 늘리며 미래 먹거리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3월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을 투자했으며 자회사인 네이버웹툰은 지난 5월 동영상 콘텐츠 제작 법인인 ‘플레이리스트’를 설립하는 등 자체 동영상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카카오 또한 지난 2월 기존의 ‘다음TV팟’과 통합한 ‘카카오TV’를 선보이며 모바일 화면 상단에 배치하는 등 동영상 서비스에 힘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페이스북은 매주 한 차례 애플리케이션을 업데이트하면서 동영상 중심으로 이용자 환경(UI)을 개편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90초 이상의 동영상에 중간 광고를 삽입, 수익을 내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으며 수년 내에 글로벌 1위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유튜브를 따라잡겠다는 전략이다.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페이스북은 점점 동영상 콘텐츠를 강화하는 형태로 이용자 환경(UX)을 개편해 가고 있다”며 “타임라인에 동영상이 많이 노출된다는 것은 그만큼 동영상에 대한 지인들의 수요가 많은 탓”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데이터 부담이다. 현재 이통 3사 기준 무제한 요금제의 바로 밑단 요금제는 월 5만6,000원 수준에 6.5GB의 데이터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4G 가입자 1인당 평균 데이터 소비량이 지난 5월 기준 6.7GB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무제한 요금제가 아니면 추가 요금 부담이 발생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콘텐츠 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이용 행태가 동영상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동영상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어 1인당 평균 데이터 소비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시스코의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데이터 트래픽은 5년 이내 2.3배 증가하고 같은 기간 전체 트래픽 중 동영상 이용 비중은 59%에서 77%로 확대되는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관련, 문재인 정부는 월 2만원 대에 1GB 이상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보편 요금제를 신설, 전체적인 데이터 부담을 낮추겠다는 계획이지만 법안 통과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데다 이통사들의 반발도 거센 만큼 시행 여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데이터 요금제 추가 개편의 경우 망 과부하가 우려된다며 이통사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부 이통사에서는 “콘텐츠 사업자가 대용량 데이터 서비스를 많이 내놓는 만큼 망 이용료를 추가로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망 중립성을 지키겠다는 정책 당국의 의지가 확고해 실현 가능성은 낮다. 동영상 스트리밍 시 데이터 트래픽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기술이 나오지 않는 한 소비자의 데이터 부담이 꾸준히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을 공공재로 보는 시각이 강한 상황에서 요금 인하 압박이 강해지겠지만 실제 인하 여부는 미지수”라며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데이터 요금이 비싸다고 탓할 것만 아니라 본인이 사용하는 요금제에 맞게 데이터 소비 행태를 바꿔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