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초점] ‘아이돌 학교’ 도대체 ‘프듀’와 다른 게 뭔가요

이쯤 되면 자가 복제 수준이다. ‘서바이벌이 아닌 리얼리티’를 강조한 Mnet ‘아이돌 학교’이지만, 정작 중요한 리얼리티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또 다시 비교와 그에 따른 평가, 그리고 서바이벌만 남았다. 이쯤 되니 드는 생각. 도대체 ‘아이돌 학교’와 ‘프로듀스101’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27일 방송된 ‘아이돌학교’에서는 걸그룹 데뷔를 꿈꾸는 학생들의 가능성과 실력을 평가하는 1차 데뷔능력고사가 펼쳐졌다.

사진=‘아이돌학교’ 캡처
‘1차 데뷔능력고사’라는 이름으로 실시된 첫 평가무대에서 ‘아이돌 학교’ 학생들은 8명이 한 조를 이뤄 육성회원 앞에서 공연을 펼쳤다. 학생들은 육성회원들의 현장투표와 군무 대형 완성 능력과 라이브 보컬 능력을 중점으로 평가하는 심사위원들의 점수를 합산해서 최종순위를 받게 된다.

5조로 나뉜 가운데 이들이 선보이게 된 곡들은 여자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 블랙핑크의 ‘휘파람’ 트와이스의 ‘치어업’(Cheer Up) 러블리즈 ‘아츄’ 레드벨벳의 ‘루키’였다. 각 팀의 리더는 트레이너의 논의 결과 타샤, 배은영, 이새롬, 이유정, 조영주로 선정됐다.

이날 방송에서 공개된 무대는 배은영이 리더로 나선 ‘오늘부터 우리는’과 이새롬이 리더로 나선 ‘휘파람’이었다. 두 팀 모두 중간 점검과 종합 점검에서 트레이너의 혹평을 들었던 팀이었다.

첫 번째 무대였던 ‘오늘부터 우리는’ 팀의 경우 리허설 무대에서까지 불안한 요소들을 많이 보여준 팀이었다. 메인보컬인 이다희의 경우 목소리가 풀리지 않아 음이 올라가지 않았으며, 다른 팀원들 또한 단체 음이탈과 더불어 군무에 자신 없어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보는 이들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이들은 큰 사고 없이 본 무대를 마쳤다. 리허설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이다희는 완벽하게 음을 처리했으며, 다른 팀원들 또한 실수 없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 나갔다.

다음으로 이어진 무대는 ‘휘파람’ 팀이었다. ‘휘파람’ 팀은 중간점검만 봤을 때 ‘오늘부터 우리들’ 팀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던 팀이었다. 칼군무는커녕 무대 대열부터 흐트러진 것이다. 엉망이 된 대열로 인해 이동도중 충돌하는 멤버도 등장했다.

중간평가까지만 해도 팀워크를 의심하게끔 했던 ‘휘파람’ 팀이었지만, 고군분투 끝에 리허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신뢰를 다졌다. 다만 마지막까지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보컬 선생님으로서 활약하고 있는 정진영이 이새롬의 킬링파트인 ‘휘~파람’ 부분을 탐탁치 않아 했던 것이었다. 염려와는 다르게 ‘휘파람’ 팀 또한 실수 없이 무대를 소화하면서 육성회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팀원들 모두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가운데, 홍시우만 개인 점수 0점을 받으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사진=‘아이돌학교’ 캡처
‘아이돌 학교’는 국내 최초 걸그룹 전문 교육 기관을 콘셉트로, 잠재적 가능성을 지닌 학생들이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낸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전 회 온라인 선행평가와 실시간 데뷔 능력 평가를 합산한 순위를 생방송으로 공개하고, 11주의 교육 이후 최종 졸업시험을 통과한 최우수 학생들은 올해 하반기, 방송 종료와 동시에 걸그룹으로 즉시 데뷔하게 된다.


‘아이돌 학교’는 걸그룹을 배출시킨다는 점에서 프로젝트 아이돌그룹의 멤버를 선발하는 ‘프로듀스 101’과 태생적으로 궤를 같이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아이돌 학교’의 제작소식이 전해질 당시 가장 많은 이들이 품었던 질문 중 하나가 바로 ‘프로듀스101’과의 차별화였다.

이 같은 시선에 ‘아이돌 학교’의 신유선 PD는 제작발표회 당시 “‘프로듀스 101’은 연습생이 펼쳤던 서바이벌이라면, ‘아이돌 학교’는 일반인들을 교육시켜서 데뷔시키는 것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프로듀스101’은 준비된 연습생, 우리는 일반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아이돌 학교’는 리얼리티라는 차이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채 2회까지도 가지 못했다. ‘리얼리티’라고 강조했지만, 평가결과에 따라 최종순위 8명을 퇴학시킨다고 밝히면서 결국 ‘서바이벌’ 부분을 드러낸 것이다. 이 같은 서바이벌은 3화에 가면서 더욱 심화됐다. ‘프로듀스101’과 동일하게 평가무대에 참석한 관객들이 멤버 개개인에게 투표를 하게끔 한 것이었다. 두 번의 ‘프로듀스101’을 하면서 불거졌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현장투표는 실력에 대한 평가여부보다는, 인지도평가, 즉 얼마나 대중에게 알려지고 팬이 얼마나 많은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 같은 우려는 ‘아이돌 학교’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휘파람’ 팀의 팀원인 홍시우는 분량을 받지 못해 인지도를 높이지 못한 이들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이 같은 결과는 개인점수 0점으로 이어졌다. 물론 무대 위에서 충분히 끼를 발산하지 않아 점수를 획득하지 못한 홍시우에게도 일차적인 문제가 있지만, 현장 관객들의 투표를 받고, 이를 통해 개개인 점수를 매긴 뒤 실시간으로 팀원들에게 알리는 것은 지나치게 냉정하고 잔인한 ‘서바이벌’의 일면이었다.

사진=‘아이돌학교’ 캡처
‘아이돌 학교’의 연출 구성 방식도 ‘프로듀스101’과 동일했다. 무대 전 팀원들이 연습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갈등과 문제점을 보여준 뒤 바로 무대를 공개하는 구성은 ‘프로듀스101’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예 똑같았다. 평가 무대 중간중간 심사위원들과 다른 학생들의 리액션, 관객의 반응을 보여주는 것 또한 동일했다.

학교의 포맷을 가지고 왔다고 하지만 정작 이들이 수업을 받는 장면은 크게 다뤄지지 않은 것이다. 무대에 앞서 보여준 메이크업 강의는 PPL에 더 가까워보였으며, 심지어 이마저도 ‘프로듀스101’ 시즌1 당시 공개됐던 메이크업 시연과 그 구성이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아이돌 학교’는 프로그램의 제목만 다를 뿐 또 다른 ‘프로듀스101’의 연장인 셈이었다.

더 큰 문제는 자가 복제를 할 거면, 좀 더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특색이 없는 무대 구성이나 연출이 ‘프로듀스101’보다 못했다는 것이었다. 학생들의 실력 또한 ‘프로듀스101’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했다. 학생들의 실력과 관련해 ‘일반인’이라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단순하게 ‘현재’ 소속사에 소속되지 않았을 뿐이지, 출연 학생의 대부분이 유명 엔터테인먼트에서 트레이닝을 받았던 연습생들이었으며, 이들 중 일부는 데뷔했던 이들도 적지 않았다. ‘프로듀스101’ 당시 소속사가 없는 개인연습생들 또한 출전했던 점까지 고려한다면, ‘아이돌 학교’ 학생들의 실력부족은 더 이상 해명될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프로듀스101’과 다르다고 했지만 결국에는 똑같은 길을 걷고 있는 ‘아이돌 학교’는 스스로 자신의 색을 버리고 말았다. 과연 ‘아이돌학교’는 프로그램이 끝날때까지 ‘프로듀스101’의 그림자를 벗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까. 지금의 구성을 놓고 본다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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