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기업가는 성공만 거듭했을까. 진실은 그 반대다.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 애플 신화를 창조한 스티브 잡스, 트위터 이사회 의장 잭 도시 등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들의 성공신화 뒤에는 수많은 실수와 시행착오가 숨어있다.
슐츠의 창업은 실패와 좌절의 연속이었다. 지금이야 스타벅스가 미국, 중국, 한국, 일본, 캐나다 등 전 세계 72개국에 2만3,800여개의 매장을 거느린 커피전문점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지만 창업 초기 “242명의 투자자를 만나면서 217번 거절당했다”고 슐츠는 회고한다. 그는 “당시 나는 패배자가 아니라 패배자중에 패배자였다”고 말한다.
1986년 시애틀에 오픈한 첫 매장은 테이블과 의자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페라 음악만 논스톱으로 흘러나왔다. 불편하기만한 이런 커피전문점에 고객이 찾을 리 만무했다. 슐츠는 지금의 안락함을 자랑하는 스타벅스를 만들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실수를 거쳐야만 했다.
스티브 잡스 역시 마찬가지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2013년 ‘스티브 잡스의 5가지 큰 실수’라는 제목으로 그의 실패를 조명했다. 잡스의 성공은 궁극적으로 그런 실수로부터 배워 온 역사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가장 큰 실수는 애플의 최고경영자(CEO)로 존 스컬리를 채용한 것. 잡스는 “평생 설탕물만 팔지 말고 나와 함께 세상을 바꾸자”며 펩시콜라 CEO였던 스컬리를 영입했지만 2년 뒤 그에 의해 해고되는 쿠데타를 맞았다.
제품 개발에서도 수많은 실패를 맛봤다. 당시 상상하기 힘든 고사양 컴퓨터 넥스트는 가격 경쟁력에서 실패했다. 개인용 컴퓨터 애플 리사는 호환성 문제와 1만 달러나 되는 비싼 가격으로 10년이 넘도록 총 판매량 10만대에 그쳤다. 결국 1989년 미국 유타 주의 매립지에 리사를 모두 매립했다. 1993년 출시된 매킨토시 TV는 컴퓨터와 텔레비전 통합의 첫 시도였으나 컴퓨터로서는 사양이 부족했고 TV 치고는 너무 비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애용하면서 더욱 유명해진 트위터의 창업자 잭 도시도 트위터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게 되기까지 수 년 동안 실험에 실험을 거듭해야만 했다.
최근 한국에서 커피왕으로 불리던 강훈 KH컴퍼니 대표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 충격을 줬다. 신세계 공채 출신의 평범한 회사원에서 할리스와 카페베네 돌풍을 일으키며 성공신화를 써 간 창업가였기에 그의 사업실패와 죽음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창업해 성공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험난한 고비를 수없이 넘어야 한다. 창업 후 3~7년의 기간을 ‘죽음의 계곡(death vally)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연유다.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 모하비 사막의 북쪽에 있는 깊고 건조한 이 분지는 섭씨 56.7도까지 오르는 척박한 땅이다. 창업자 90%이상이 이 계곡을 넘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죽음의 계곡을 넘어도 탄탄대로가 아니다. ‘다윈의 바다’라는 또 다른 장애물을 건너야 한다. 호주 북부에 있는 해안가 지명에서 따 온 명칭인데 이때부터 적자생존의 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강 대표는 이 고비를 넘지 못했다.
위대한 기업가의 실패스토리와 강 대표의 죽음에서 얻는 교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가 부러워하고 존경하는 기업가들 역시 수없는 실패와 좌절을 맛봤지만 그 속에서 더 많은 창의력과 독창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시련 없는 성공은 없다. 발명과 혁신, 창조하고자하는 기업가들은 누구든 어떤 것이 효과가 있고 없는 지를 배우기 위해 수없이 실수하고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쳤다.
다른 하나는 그런 실패 속에서도 재기할 수 있는 기업문화와 환경이다. 만약 스티브 잡스와 같은 위대한 비즈니스 전략가들이 한국적 토양에서도 같은 성공신화를 써 낼 수 있었을 지는 의문이다. 국내 창업기업 수는 매년 늘고 있지만 창업생존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중 최하위다. 창업 3년 후 생존율이 41%에 불과하다. 스웨덴과 이탈리아는 70% 이상이며, 덴마크와 네덜란드도 약 55% 수준이다. 5년 이상 생존한 기업을 찾아보면 한국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75%이상이 폐업한다.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와 일자리창출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꼽고 있는 문재인정부가 반드시 곱씹어보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