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R호텔은 주말에 결혼식이 열릴 때면 차량이 1,000대 넘게 몰린다. 밀려드는 차량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자칫 손님들이 예식이 다 끝나도록 도로 위에서 기다리는 ‘사고’가 날 수 있다. 이 때문에 50여 명의 발렛파킹(주차 대행) 직원들은 주말이면 잔뜩 긴장한 채로 정신없이 주차와 출차를 반복한다.
호텔이 지하 나이트클럽을 없애고 예식장을 넓힐 때 가장 큰 고민거리가 바로 주차였다. 인근 주차장은 물론 도로까지 차를 대는 상황에서 주말 때문에 시설을 더 늘리는 것도 부담이었다. 이때 해결사로 나선 게 ‘마이발렛’이다.
어떤 차를 어디에 주차했는지, 곳곳 주차공간별 점유율과 빈 곳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이 솔루션을 적용하자 발렛 업무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빈자리를 묻는 수차례 무전도 필요 없어졌고, 고객이 차를 빼달라고 했을 때 번호만 입력하면 위치가 나타났다.
17일 서울 삼성동 르호봇 비즈니스센터에서 만난 임성훈(사진) 마이발렛 대표는 “과거 R호텔에 하루 몰린 차량 최고기록이 1,200대였는데 ‘마이발렛’을 적용한 뒤 추가 인력 없이 1,700대를 처리할 수 있다”며 “주차 현황을 시간대별, 요일별, 방문처별로 분석하고 주차공간별 이용률 통계도 쉽게 볼 수 있어 주차장 관리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강조했다.
마이발렛의 공략 대상은 시설 여건이나 주차면적 때문에 반드시 관리인이 필요하고 발렛 주차가 많이 이뤄지는 주차장이다. R호텔의 사례처럼 솔루션이 있는 주차장은 발렛 직원이 다른 곳의 80~90% 정도만 있어도 운영이 가능하다. 유인·발렛 주차장의 경우 여전히 손글씨로 차량 번호와 주차 시간을 적는 주차권이 많이 활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곧잘 일어나는 정산 누락이나 오류 등도 마이발렛이 해결할 수 있다.
이런 장점이 최근 입소문을 타면서 신축·리모델링 호텔이나 골프장, 대단위 시설을 중심으로 고객이 늘고 있다. 임 대표는 “주차관리 업체들이 입찰을 들어갈 때 마이발렛 솔루션을 내세우면 훨씬 유리해진다”며 “현재 30곳가량이 서비스를 이용 중이고 태국에서 가장 높은 77층짜리 빌딩에서도 제안이 들어와 서비스 수출을 타진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마이발렛은 솔루션을 제공한 회사로부터 매월 일정 수수료를 받는 수익구조다. 지난해까지 매출은 많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 고객이 대폭 늘면서 내년부터는 연 매출 10억원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임 대표는 최근 주차타워·시스템 업체와 주차장관리 전문회사 등과 제휴해 마이발렛 솔루션의 저변을 넓히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주차타워와 마이발렛을 연계하면 스마트폰으로 출차를 신청하고, 차가 준비됐다는 알람을 보고 나갈 수 있다”며 “차를 빼는 데 몇 분씩 걸리는 고층 주차타워에 꼭 필요한 서비스”라고 자신했다.
임 대표는 SK C&C와 오라클 등에서 전사적자원관리(ERP) 같은 기업용 솔루션 영업을 10년 가까이 한 뒤 창업의 길로 나섰다. 기업고객에게 필요한 솔루션을 만들고 제안하던 노하우에 아이디어를 접목해 탄생한 게 마이발렛이다. 그는 “화장실에 붙어있는 청소 체크리스트나 호텔 객실 정리 등에도 솔루션을 적용하면 더 깨끗하게 관리하고 고객도 체크인도 빨라진다”며 “세상에는 여전히 더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분야가 널려있다”고 말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