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태프트 대통령은 웨스트윙을 다시 남쪽 테니스장까지 확장하고 이때 타원형의 사무실이 만들어지는데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의 시초다. 이 집무실은 소아마비가 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대대적 개조 작업을 지시해 현재 위치로 옮겨진다. 중앙 관저로 바로 연결돼 대통령은 직원들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사무실과 안채를 오고 갈 수 있게 만들었다. 이후 백악관 행사 공간인 이스트윙이 지어지고 직원이 계속 증가하면서 많은 사무실과 부통령 집무실은 서쪽의 아이젠하워 빌딩으로 들어갔다.
웨스트윙이 백악관 그 자체로 인식된 것은 1999년 방영돼 2006년 종영될 때까지 7편의 시즌이 나온 동명의 TV 드라마 때문이다. 스크립트 없이 토론하는 장면을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등 파격을 보인 이 드라마는 백악관에서 이뤄지는 대통령과 보좌진의 정치 결정과 입법과정을 너무 생생하게 그려내 걸작으로 꼽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역동적이고 개방적인 리더십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 보좌진 사무실인 여민관으로 옮기는 계획에 대해 ‘한국판 웨스트윙’이라고도 부른다.
웨스트윙이 17일간의 새 단장을 마치고 지난 24일 공개됐다. 역대 대통령마다 웨스트윙을 바꿔왔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벽지와 커튼 선택 등에 크게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모습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가리는 모습을 ‘사상 최고의 일식’이라고 제목을 붙인 내용을 리트윗했다고 한다. 결국 트럼프가 웨스트윙 단장에 그렇게 신경 쓴 것도 ‘오바마 지우기’의 일환이었나 보다. /온종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