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준 /사진=프레인TPC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이준은 미국에서 자라 한국에서 데뷔한 아이돌 출신 연기자 안중희 역을 맡아 발연기의 유아독존 배우에서 점차 가족의 소중함과 부성애를 깨달으며 연기자로서도 성장하는 인간적인 감정의 진폭을 펼쳤다. 정소민과의 달달한 멜로 연기도 화제를 모았다.
‘아이해’가 시청률 36.5%를 기록하며 ‘웰메이드 드라마’로 평가받은 데에는 이준의 활약을 무시할 수 없다. 그만큼 이준은 이번 드라마에서 특유의 연기 혼을 또 다르게 불살랐다.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프레인TPC 사옥에서 만난 이준은 ‘인생 캐릭터’를 만난 것 같다고 하자 “스스로는 모르겠는데 뿌듯하고 감사드린다”고 기쁨의 반응을 먼저 보였다.
배우로서의 갈등, 새로운 가족의 구성원으로 합류하는 과정, 변미영과의 멜로까지 ‘아이해’의 전반적인 면에서 가장 많은 컷을 차지한 이준은 이 정도의 비중이라는 걸 알고 시작했냐는 질문에 “1회가 나오기 전부터 작가님이 설계해 놓으신 분량이라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안중희라는 캐릭터가 어딘가 낯설지 않은 이유는 앞서 영화 ‘배우는 배우다’(2013), ‘럭키’(2016)에서 ‘배우’ 역할을 선보인 적 있기 때문. 이번 작품까지 세 번의 ‘연예인’ 캐릭터를 연기한 이준은 “‘배우는 배우다’에서는 연기 열정이 많은 배우, ‘럭키’에서는 직업은 배우이지만 의욕이 없는 배우였다. 이번에는 아이돌 출신에 안하무인인 배우였다”며 “따지고 보면 직업 설정만 같지 스토리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다. 오로지 배우로서 만의 연기는 ‘배우는 배우다’로 보여준 것 같다. 이번에는 가족과의 관계들을 중점으로 다뤘다”고 전했다.
배우 이준 /사진=프레인TPC
특히 안중희는 초반에 ‘발연기하는 배우’라는 설정으로, 일부러 연기를 못하도록 보여야 했다. 이준은 “‘발연기’를 연기해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다. 막상 해보니 답이 안 나오는 게, 그냥 일단 어색하더라. 이질감이 있더라. 당황을 많이 했고 개선을 많이 하려 했다. 주변 배우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는데 김해숙 선배님께서 내 발연기를 재미있게 보셨다고 하셨다. 전형적인 틀 안에 갇힌 연기가 나오는 것 같아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그러다가 중반부에 미영이를 좋아한다고 자각하는 신을 찍을 때였는데, 오히려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신을 연기할 때 발연기가 좋게 잘 나온 것 같다. 비로소 끝날 때쯤에 발연기가 흥미로워졌다”며 일반 연기보다 고충이 컸다고 털어놨다.
안중희는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여기는 안하무인에 배우로서 실력도 부족한 ‘비호감’ 캐릭터로 출발해 잃었던 가족을 되찾고 인격적으로 성장한다. 이 과정을 연기하며 이준은 목소리와 패션 등에서도 포인트를 놓치지 않았다.
“‘아이해’에서는 모든 신이 다 중요했다. 작가님이 신기했던 건, 그냥 지나가는 신도 나중에 연결되는 포인트가 많았다는 것이다. 초반에는 굉장히 가볍다가 나중에는 톤이 무거워지면서 내 목소리도 점차 저음이 됐다. 의상도 처음에는 옷핀 20개가 달린 특이한 것을 입다가 점점 어른스럽고 단정하게 옷을 입었다. 생각보다 감정 폭발 신이 많으면서 당황도 했지만, 1회부터 52회까지 작가님께서 큰 설계를 하셨다고 생각하고 따라가면서 연기했다.”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다섯 달 동안 촬영한 52부작 드라마 ‘아이해’는 이준의 출연작 중 가장 호흡이 길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화이팅 넘치는’ 이준이라 할지라도 마냥 같은 페이스를 유지할 수는 없었을 터. 이준은 “분량을 나눠가지는 드라마라 처음에는 지치는 순간이 안 올 줄 알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촬영이 매일 있어서 규칙적이지 않은 생활을 하는 건 똑같았다. 매번 힘든 순간이 오긴 했다”고 밝혔다.
그래도 이번 드라마의 성공으로 인기의 간접 체감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주말극 특성상 4050세대 이상도 이준을 알아보게 되지 않았을까. “사람 많은 곳을 돌아다니는 성격이 아니어서 실질적인 체감은 못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할머니께서 ‘너 덕분에 내가 동네에서 인기가 좋아졌다’고 하시더라. 뿌듯했다.”
배우 이준 /사진=프레인TPC
2009년 영화 ‘닌자 어쌔신’의 단역부터 9년째 연기를 해오고 있는 이준은 그간 ‘배우는 배우다’, 드라마 ‘아이리스 2’(2013) ‘갑동이’(2014) ‘미스터 백’(2014) ‘풍문으로 들었소’(2015) ‘뱀파이어 탐정’(2016) ‘캐리어를 끄는 여자’(2016), 영화 ‘손님’(2015) ‘서울역’(2016) ‘럭키’(2016) 등 수많은 필모그래피를 다져왔다. 아이돌그룹 엠블랙 당시 ‘연기돌’로 불리다 이제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리게 됐다.
이미 ‘풍들소’와 ‘럭키’로 흥행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아이해’를 통한 전 연령층의 지지는 또 새롭다. 아이돌 시절 이후로 팬클럽 수가 2배나 증가한 것. “이제 바로 한국, 일본, 멕시코 팬미팅 투어를 해서 오늘도 연습을 한다. 아이돌 때도 10대 팬이 별로 없었지만 50대까지 다양하긴 했다. 누군가가 내게 ‘섹시미가 있어서 10대 팬이 없는 거다’라고 하시더라.(웃음) 드라마에서 미영이와 어떤 관계가 시작된 이후에 팬이 는 것 같다. 2008년 데뷔 때부터 좋아해주신 분들이 지금까지 좋아해주셔서 이제는 팬들의 얼굴을 안다. 그런데 처음 보는 분들이 ‘팬카페 회원’이라고 하셔서 데뷔 초 아이돌 때의 느낌이 들더라.”
안중희 캐릭터를 맡으면서 극적인 큰 맥락과 호흡을 이해하는 연기의 향상도 돋보였다. ‘아이해’가 이준에게 인기뿐만 아니라 배우로서의 깨달음도 안겨준 큰 선물이 된 셈이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이전보다 좀 더 잘해보자고 마음을 굳게 먹고 들어간다. 내가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것은 절대 튀려고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초반에는 공감이 안 간다고 욕도 많이 먹었다. 그래도 내 소신대로 밀고 나갔다. 대본 안에서 주는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재미있게 연기를 하려하지 말고 멋있어 보이려하지 말고 쓰인 대로 하자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드라마 이후 배우로서 평가하는 댓글 반응으로 “악플이 요즘엔 많이 없더라.(웃음) 상당히 기쁘게 살고 있다.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 한다”고 자부했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