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동 정권 업고...'일방통행' 외치는 노조

절차 무시하며 회장선임 개입
공장 멈춰도 월급제 도입 등
경영악화 상관 없이 밀어붙여
요구수위 높아 임협 지지부진

KB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 5일과 6일 이틀간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관련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모바일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는 조합원뿐 아니라 일반인까지 참여할 수 있어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회장 선임 절차에 반대하면서도 정작 노조원조차 납득하기 어려운 절차로 설문을 벌이는 모순을 드러낸 셈이다. 나아가 KB노조는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사외이사 선임에까지 개입할 태세다.

현대·기아자동차에 이어 한국GM 노조도 5일 파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부평과 군산 등 각 공장 전후반 조가 각각 4시간씩 조립공정에서 손을 떼면서 총 8시간 동안 공장이 가동을 멈췄다. 한국GM 노조의 요구사항은 기본급을 인상하고 공장이 휴업하더라도 급여를 보장하는 ‘월급제’를 도입하라는 것이다. 이는 업계에서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최근 3년 연속 대규모 적자에 허덕여온 한국GM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다. 그럼에도 노조는 회사와의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파업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친(親)노동 정권을 등에 업은 노조의 행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회장 선임 절차 등 회사 경영에 관여하는 것은 물론 경영사정이 좋지 않은데도 무리한 요구를 늘어놓는 모습이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임금협상에서는 더욱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임금결정진도율은 33%로 통계청이 월별 수치를 집계한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6.6%와 비교하면 3.6%포인트, 2015년 48.3%보다는 무려 15.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임금협상이 이처럼 지지부진한 것은 노조의 요구치가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경영계는 초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수시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부당노동행위에 엄중 대처하는 상황에서 자칫 노조를 자극할 만한 발언을 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과거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공무원을 주로 만났던 기업 관계자들이 최근에는 고용노동부 직원을 더 자주 찾아 억울함을 토로한다.

부당노동행위로 조사받고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마음먹고 털면 먼지 안 나는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며 “노조 편인 고용부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을 원활히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황정원·임지훈·조민규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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