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이 베트남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는 것은 우선 베트남 거시경제의 성장에 대한 탄탄한 신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포스트 차이나로 자리를 굳힌 베트남은 2014년 이후 매년 6%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금융산업의 키를 쥐고 있는 내수시장이 탄탄하다. 유동원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전략팀장은 “베트남은 세계에서 가장 젊은 국가 중 하나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대 미만에 달한다”며 “지난해 기준 인구는 9,270만명, 연간 인구 증가율은 꾸준히 1%대 이상이 유지되고 있어 향후 1억명 내수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주식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베트남 주가지수인 VN지수는 올 들어서만 20% 이상 상승했다. 외국 금융투자사를 유치해 자국 시장을 키우려는 베트남 정부의 의지도 강하다. 베트남 정부는 2015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한해 49%로 묶여 있던 외국계 투자가 지분 한도를 100%로 완화했다. 최근 5년간 500개 이상의 국영기업을 증시에 상장시키기도 했다. 2006년 총 10조원 안팎에 불과했던 베트남 증시 시가총액은 현재 100조원 규모로 10배 이상 커졌다.
이 같은 시장은 증권과 자산운용은 물론 보험사를 아우르고 있는 삼성에는 더할 나위 없는 먹잇감이다. 특히 현지 자산운용사에 대한 지분 투자는 현지화된 상품개발뿐만 아니라 보험 등 여타 금융계열사도 다양한 사업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드래건캐피털은 베트남 시장에서 블랙록과 같은 위치”라며 “상품개발은 물론 인프라투자 등 투자은행(IB) 부문에도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입장에서는 이미 노하우도 확보한 상태다. 삼성증권은 국내투자자 대상 아시아 이머징 주식중개 분야에서 7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3월20일 국내 투자자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베트남 주식중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30일 만에 중개규모 100억원을 넘어섰다.
현재 베트남에는 미래에셋대우·NH투자·한국투자·골든브릿지·신한금융투자 등 5개 증권사가 사무소 또는 법인 7곳을 세운 상태다. 한국투자증권은 2010년 베트남 현지 증권사인 EPS증권 지분 49%를 인수해 KIS베트남을 출범시킨 후 440억원을 추가로 출자시켜 지분율을 98.2%까지 끌어올렸다. 베트남 내 100개 증권사 중 70위권에 불과하던 KIS베트남은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 기준 시장 점유율이 0.25%에서 인수 5년여 만에 5% 가까이 증가했다. NH투자증권은 2007년 호찌민 사무소를 설립하며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2009년 현지 증권사인 베트남CBV의 지분 49%를 인수해 성장성 높은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현재 CBV의 지분율을 100%까지 높이기 위해 CBV 측과 협상 중이다.
다만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증권사의 전반적인 해외 영업실적이 하락세인 만큼 금융당국은 외국발 리스크 발생을 눈여겨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증권사의 해외점포는 총 450만달러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는데 이는 일부 해외점포가 보유한 타 해외점포에 대한 지분법 평가손실 및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등 추진과 관련한 판매관리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대형 증권사들도 중개 위주 영업에서 IB와 PBS 등 신규 사업을 확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보리·조양준·송종호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