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패션부문 분할상장·호텔 매각…이랜드, 4조 자구안 '배수의 진'

스파오 등 10개 브랜드 IPO·부동산 팔아 3조 + 1조 투자 유치
월드 '지분 22%+1주' 담보…구조조정 실패땐 경영권 넘어가
투자 성공땐 부채비율 200%서 143%로…"무차입 경영이 목표"



재무구조 개선에 ‘올인’하고 있는 이랜드그룹이 4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추진한다. 비주력·비수익 사업부 매각과 기업공개(IPO), 유휴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3조원을 구조조정하는 전제로 1조원을 투자받되 구조조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지분 50% 이상을 넘기는 조건이다. 미국 등 해외 연기금을 중심으로 후순위 투자자를 확보하고 국내 기관투자가들로부터도 일부 투자가 성사 단계에 이르는 등 성공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이랜드월드는 보유 지분 28%에 대해 1조원의 투자를 유치해 현재 후순위 투자 3,000억원을 확정 짓고 중순위 투자도 5,000억원가량이 계약서 작성 단계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후순위 투자자는 미국과 유럽·싱가포르 등의 연기금이 투자한 프로젝트 펀드로 구성돼 있으며 3개월간 정밀실사 끝에 투자를 결정했다. 후순위 투자자가 확보되면서 이달 초 본격화한 중순위 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증권사와 보험사·자산운용사 등이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순위 투자는 지분투자와 대출의 중간 성격인 메자닌 방식이다. 1조원의 투자 기간은 3년으로 평균 내부 수익률(IRR)은 10% 안팎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는 이랜드월드가 담보로 내놓은 ‘22%+1주’의 지분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그룹 전체의 부채 비율을 150%까지 낮추지 않으면 기존 투자 지분(28%)과 담보 지분(22%+1주)을 합친 50%+1주를 통해 강제력을 확보하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들은 투자자를 대리해 투자심의위원을 파견하는 조건도 제시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랜드그룹 전체의 자산 가치가 8조원이고 내부 유보금이 1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자구안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자산을 매각해 투자 수익을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조원 구조조정 방안의 핵심 중 하나는 이랜드월드의 패션 사업을 분할해 상장하는 것이다.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을 늦어도 오는 2019년까지 상장한다는 목표인데 이와 별개로 패션 사업부문을 묶어 상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랜드월드가 보유한 제조·유통 일괄(SPA) 브랜드인 ‘스파오’와 주얼리 브랜드인 ‘클루’ ‘오에스티’ 등 약 10개 브랜드가 사업 분할 후 상장 대상으로 논의되고 있다. 상장 가치는 1조2,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호텔 등 레저 사업 일부는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총 1조2,000억원가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강원도 평창 켄싱턴플로라호텔, 경기도 포천 베어스타운이 매각 진행 중이며 제주 켄싱턴호텔은 호텔신라 등 10곳의 호텔 사업자가 매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상장 약속을 여러 차례 번복하며 시장의 신뢰가 하락해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위기설이 파다했다. 올해 들어 티니위니와 모던하우스 매각으로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하며 급한 불을 껐다. 이랜드리테일도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 형식으로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지난 8월 말 연결 기준 부채 비율이 200%로 내려왔고 내년에는 143%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날 한국기업평가는 이랜드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에 대해 신용평가 결과 A3 등급을 유지하면서 “선도적 시장 지위와 자체 콘텐츠를 기반으로 우수한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재무구조 개선이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이랜드그룹은 키스톤 프라이빗에퀴티(PE)와 함께 올해 초부터 중장기 그룹 재편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랜드그룹은 패션에서 시작해 유통과 식음료, 호텔과 레저, 건설과 부동산 시행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했지만 패션과 유통을 제외한 대부분 영역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차입금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그룹의 재무상황은 악화됐다. 이번 투자 유치 제안을 받은 한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과거 서너 차례 이랜드그룹의 상장 약속을 믿고 투자했지만 모두 무산됐다”면서 “브랜드 경쟁력도 의심되는 요소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랜드의 한 관계자는 “오너 중심 경영으로 성장하면서 시장에서 일부 불투명한 의사 결정을 비판했지만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자회사 독립 경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세원·송종호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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